주변 사람들 어록...(1)에 이어서 한 편 더 써본다. 지난 1월 26일에 미국 콜로라도 주의 아스펜으로 학회를 갔다. 그 곳에서 쉬는 시간에 스키를 타다가 넘어져서 어깨를 다쳤고, 이 때문에 한국에 가서 수술하고 3월 말까지 치료를 하다가 돌아왔다. 그 간 있었던 일을 '어록'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 싶다.
It's all written in the envelope.
But we know physicists are not good at reading.
(그 봉투안에 보면 다 적혀 있어요. 물론 물리학자들이 읽기에 서툴다는 것도 압니다.)
지난 1월 22일 엘에이를 출발하여 콜로라도 주의 덴버를 거쳐서 아스펜에 도착했다. 토요일 저녁 부터 학회 개회식과 환영식이 벌어졌고, 맥주를 마시면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친구들도 만나고 재미있었다. 학회장은 휴양도시인 아스펜에 자리잡은 아스펜 물리 연구소였다. 학회장 안의 무선인터넷(WiFi)망의 비밀번호를 모르겠어서 그 곳 사무직원에게 물어보자 자상한 미소를 띄우시면서 저렇게 답해주셨다. 처음 등록할 때에 나눠준 봉투에 다 들어있다고. 하지만 일단 비밀번호가 무엇인지 알려는 주셨다.
이런 일은 작년 오레곤 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3월 미국물리학회에서도 있었다. 학회장은 아주 큰 컨벤션 센터였고 물리학회 명의의 무선인터넷망이 있었다. 비밀번호를 잘 모르겠었지만 '누군가 옆에 사람'에게 물어봐서 알아냈다. 얼마 뒤 어떤 다른 물리학자가 나에게 무선인터넷망의 비밀번호를 물어봤고, 내가 친절히 답해주었다. 그랬더니 나에게 물어봤던 그 사람은 대체 어떻게 비밀 번호를 알았냐고 했다. 나는.. 옆에 사람에게 물어봤다고 대답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시에도 우리에게 나눠 준 어느 봉투에 쓰여있었을 것 같다. 물론, 물리학자들은 잘 읽지 않는다.
I know I am very bad at physical activity (yes! My dad said so!)
But figured out not that bad today...
(아버지 말씀대로 내가 몸치인건 알건만, 그래도 오늘 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네..)
토요일 저녁에 아스펜에 도착하여 일요일부터 아침/저녁으로 학회 발표가 있고 낮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당연히 스키를 타기로 결정을하고 스키 복이 없는 나는 일요일 낮에 중고 매장에 가서 스키용품을 장만했다. 그리고는 월요일 낮의 자유시간부터 스키를 탔는데 아스펜 물리연구소에서 '물리학자'들이 단체로 스키 강습을 배울 수 있도록 주선해주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몸치였는데, 이곳에서 다른 물리학자들과 스키 강습을 배워보니 (물론 이전에 2번정도 타봤지만) 다들 너무나도 몸치였다. 그리하여 스스로 감동 받아서 그 날 저녁에 페이스북에 위와 같이 썼었다.
물리학자는 세 명만 모이면 실험이 중요하냐 이론이 중요하냐 놓고 싸우는듯...
내 앞에서 실험 물리학자 세 명이 그걸 놓고 싸우고 있다...
물리는 자연 과학/공학 중에 거의 유일하게 (요즈음에는 이론화학이라는 분야도 정립되고 있다만) 이론과 실험이 크게 나뉘어있다. 일단 다는 이론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학회장에서 캠브리지에서 온 실험 물리 전공의 대학원생들을 만났다. 첫 날 환영식에서 만나서 맥주마시면서 재미난 이야기도하고(미국애들은 미식축구를 풋볼이라고 부른다고 까면서;;) 스키도 같이 타고, 식사도 같이하곤 했다. 화요일 저녁에 식사를 하고 맥주 마시러 간자리에서 실험 물리하는 친구들이 이론이 실험보다 중요해! 라면서 자기들끼리 논쟁하고 있었다. 흠.. 제대로 이론 물리의 개념을 정립 못한 나로서는 심히 부끄러웠는데, 여튼 물리학과 학생들이 논쟁하기 좋아하는 주제 중에 하나가 바로 이론 대 실험 인듯.
우와! 백두산 보다 높은 곳에서 스키를..
어깨를 다쳤던 수요일에도 스키를 타러 왔다. 스키를 타다보니 내가 스키타는 곳의 해발 고도가 얼마나 되는지 표지판에 쓰여있었는데 계산해보니(단위가 피트=0.3048미터 로 되어있으므로..) 백두산 보다 높은 곳이었다. 그리하여 이런 곳에서 스키를 다 타는구나하면서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곤... 얼마 있다가 넘어져서 어깨를 다쳤다.
Do you mean South Korea? Or US?
(한국? 아님 미국요?)
슬로프에서 내려오다가 마지막 순간에 옆에 엑스게임을 위해 만들어놓은 장해물 가를 지나다가 얼음이 얼었는지 턴하다가 넘어졌다. (역시 알고보니 몸치가 맞았다!) 일어서려는데 왼팔이 너무나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대로 엎드려 있는데 지나가던 다른 스키어들이 괜찮냐면서 물어보고는 안전요원을 불러주었다. 처음 온 안전요원은 구급요원은 아니었고 무전기로 구급요원을 부르고는 내가 정신을 차리고 고통을 잊을 수 있게 이런 저런 다른 이야기를 시켰다. 구급요원이 도착했고 나는 들것-썰매에 실려서 구급차로 갔다. 그곳에서 구급차를 타고 근처의 병원(아스펜은 고급 휴양-스키 도시라서 그런지 정형외과와 피부-미용관련 병원이 아주 많았다.)으로 실려갔다.
구급차 안에서 구급요원이 치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인적사항 등을 물어보면서 혹시 머리에 충격이 갔는지 알아보겠다면서 간단한 질문을 하겠다고 했다. 일단 나는 "내가 말을 빨리 못 해도, 머리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라 영어를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 참조해달라"고 말한 후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Where are you now? (지금 여기가 어디죠?)"
빅뱅 이론의 셸든이었으면 바로 뇌에 충격을 받았다고 진단을 받도록 대답했을 만한 질문! 이것 참, 앰뷸런스 안이라고 해야되나, 지구별이라고 해야되나 고민하다가 최대한 정상인에 가깝게 "콜로라도 주, 아스펜이에요. (Aspen, Colorado)"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 외에도 어려운 질문은 계속되었는데...
"What day is today? (오늘은 무슨날인가요?)"
"Who is the president? (대통령이 누구지요?)"
오늘이 무슨날이긴, 내가 스키타다 넘어진 날이지. 물론 정상인으로 빙의해 "1월 26일 수요일"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앞에 그레고리력으로 2011년이고 미국 산악시간대로 1월 26일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패스했음!) 대통령에 대한 질문은 더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한국의 대통령이 궁금한지 미국의 대통령이 궁금한지 위와 같이 물어본 것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궁금하시다길래 "바락 후세인 오바마"라고 정답을 말했다. 후송된 병원에서 뇌 영상촬영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일단 정상인으로 분류된 듯하다.
I don't know whether my shoulder was out
because I never get shoulder dislocated...
(어깨가 빠져본적이 없어서 빠졌던 것인지 모르겠는데요.)
스키장에서의 구급요원이 팔에 부목을 대주었고 이를 그대로 차고 정형외과 응급실로 이동했는데 일단 상처부위를 보기 위해서 옷을 벗는데 너무 힘들었다. 팔이 아파서 말이지.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봤는데 팔의 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아픈부위는 분명히 팔꿉치 위쪽의 팔인데 말이다! 그러더니 혹시 어깨가 빠지지 않았었냐? 라고 자꾸 물어보았다. 그래서 위와 같이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결국 CT촬영을 해보니 어깨가 많이 다쳤다고 한다. 그리고 그말을 듣자마자 팔 대신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Thanks God! I'm right handed.
응급실에서 내 어깨가 어떻게 된것이라는 설명을 듣는데 손짓으로 어깨 관절이 이래저래 되었다고 설명을 해줘도 영어를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통역이 필요했다. 마침 이모부 부부가 모두 미국에서 의사였기 때문에 전화를 드려서 설명을 듣고 나에게 통역을 해주십사하고 부탁을 드렸다. 그런데 두 분다 마취과이신지라 어깨뼈와 관련된 해부학 용어가 가물가물하셔서 이모깨서는 통화를 하시고 이모부께서는 옆에서 해부학책을 찾아보시면서 통화를 하셨다고한다. 덕분에 일단 수술을 꼭해야하니 엘에이 돌아가서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은 한국에 가서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고 응급실에서 나왔다. 적잖은 짐을 챙기고 옷을 입고 하는데 그나마 오른손잡이인 내가 오른손은 제대로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병원 직원과 이야기하면서 오른손잡이라 행복해요... 라고 말했었다.
I'm perplexed.
(뭔일인지 모르겠군..)
26일 저녁에 아스펜에서 엘에이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서 또다시 바로 서울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 그길로 집에 들려서 짐을 내려놓고는 어머니와 병원에 가서 간단한 진료를하고 수술을 위해 바로 입원했다. 지도교수에게는 통화가 안되어서 음성 메세지만 남기고서 한국으로 왔고 이메일로 자세한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지도교수가 왜 엘에이에서 수술안하고 한국까지 갔냐고 물어보면서 한 말이다.
수술을 전후해서 한국에서는 어머니가 나를 보살펴주실 수 있었고, 말도 통하고 보험도 잘 적용되고 (미국에도 보험은 있으나 본인 부담금이 얼마나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얼마나 이점이 많은데 지도교수는 이를 몰라주었다. 미국에 있으면 수술 직후에 밥먹고, 씻고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을텐데 말이지. 어찌되었건 나는 28일 금요일 아침에 한국에 도착해서 30일에 수수을하고 설 연휴 직전인 2월 1일에 퇴원을 했다. 그 후, 수술한 부위가 아물고 또 재활을 하는 험난한 과정이 남기는 했지만.
이건 오른손으로도 안될 것 같은데요?
수술후 한 달이 지난 2월 28일부터 재활 운동을 시작했다. 부목(sling)을 벗고서 일단 팔을 펴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정말이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또 왼팔은 원하는데로 움직이지도 않고 2달이 넘게 지난 지금은 어느정도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왼쪽 어깨를 완전히 돌릴 수는 없다. 한국에서 재활 운동을 할때에는 재활치료사의 지시하에 이런 저런 동작을하는데 종종 성한 오른쪽 어깨/팔로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동작도 있었다. 그래서 위와 같이 말하고 오른쪽으로 해보면.... 놀랍게도 다 되었다! 이런 동작 중 하나는 반사신경을 회복하기 위해서 왼손으로 조그만 공을 들고 있다가 살짝 놔서 떨어지는 공을 쫓아가서 다시 잡는 것! 왼손으로 할때에 잘 안되어서 오른손으로 해보니 아주 잘되었다. 이런... 갈길이 멀다.
Physically, not OK. But physics-wise, it should be OK.
(물리적으로 힘을 쓰지는 못하지만 물리학을 공부하는데는 지장이 없을듯해요.)
3월 23일에 미국으로 돌아왔다. 3월 28일에 새학기가 시작하므로 이에 맞춰서 돌아오는 것이 괜찮을 것 같았다. 돌아와서 지도교수를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괜찮냐? (Are you OK)"라는 질문에 저렇게 대답했다. 일단 공부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일주일에 2번이상은 재활 치료를 가야하고 하루에도 여러번 틈틈히 재활운동을 해줘야되어서 성가시다.
Rehab is not only tiring and boring but also frustrating...
I started admiring injured athletics who are coming back to the field...
(재활은 피곤하고 지루할 뿐만아니라 좌절감을 안겨준다.
재활에 성공하고 재기하는 운동선수들이 존경스럽다.)
4월에 들어서 재활을 지속하면서 든 생각이다. (여기에도 친구와 지인과 친척이 많이 있지만) 부모님과 떨어져서 생활하면서 진척이 더딘 재활을 하려니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 달정도하고 나니 왼쪽 팔을 올리는 것이 거의 다 되어간다. 180도로 올리는 것이 목표인데, 벽잡고는 160도정도 올라가고 없이 그냥 올리는 것도 140도정도는 되니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7월까지 좀 더 잘 해보아야겠다. (7월은 재활을 시작할 때에 심한 운동을 제외하고 정상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고 했던 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