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프로와 아마는 무엇일까?
프로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의 준말이고 아마는 아마츄어(Amatuer)의 준말이다. 어렸을 적에 바둑 관련 방송을 보고 있는데 리포터가 바둑두는 청소년들에게 급수가 어떻게 되냐는 말에 "아마 몇 단" "아마 몇 급"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것을 보고는 혼자서 "아마도" 몇 급/단 이라고 말하는 줄 알았었다. 참고로 위의 일화는 내가 10살도 되기 이전의 일화이니까 너무 좋아들 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한국어에서는 "프로"와 "아마"라는 준말이 좀 더 자주 사용되므로 이를 사용하겠다.
내가 다니던 학교의 중앙 동아리에 교향악단 동아리가 2개가 있었다. 여기서는 ㄱ과 ㄴ이라고 칭하자. 원래는 ㄱ이라는 교향악단 하나였는데, 일부 인원이 탈퇴하여서 ㄴ이라는 악단을 만들었다. 어찌된 것일까? 물론 내분 때문이었다. 내분의 발받은 이렇다. ㄴ교향악단을 만든 주축은 음악 전공자가 아닌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들이었고 원래 ㄱ교향악단의 주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다른 회원들이 모두 상당히 높은 실력을 갖추기를 원했고, ㄱ동아리(분열전)의 연주회 때마다, 수준 미달(기준은 상당히 높았다.)의 회원들에게 연주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혹여나 수준이 되는 회원들만으로 교향악단을 구성이 안되면 음악대학에서 전공자들에게 (돈을주고) 협연을 요청했었다. 당연히 수준 미달인 회원 수가 많았었꼬, 이에 따라서 주류는 소수파였기때문에 다수인 "수준미달" 회원들에게 밀려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1년인가에 그 "주류"들은 탈퇴하여 ㄴ동아리를 만들었다. 그 해, 내 모교의 교지에는 "진정한 아마츄어리즘"이라는 논제를 가지고 ㄱ, ㄴ 동아리의 회장들 인터뷰를 실었다. ㄴ 동아리측의 주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ㄱ 동아리의 인터뷰 내용을 대충 보면 "아마츄어리즘이란 못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아 지금 생각 났는데 ㄴ동아리 회장이 한말은 다음과 같았다.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실력이 중요하다. 우리가 졸업한 후에 우리보다 실력이 뛰어난 후배들이 들어온다면, 우리는 연주회 자리에 서지 않겠다. 하지만 우리는 졸업후에도 악기를 놓지 않을 것이기때문에 그런일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이에 ㄱ동아리 회장이 한말은, 연습에 열심히 참여한 회원들을 연주회에 세움으로써 음대 전공자의 협연주자가 참여하는 비율을 많이 줄일 수 있었고, 이는 동아리 본연의 목적에 잘 부합된다는 요지였다.
지금 여기서 잘잘못을 가리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두 종류의 교향악단이 모두 필요하다. 이곳 캘리포니아 주의 고등교육의 체계는 캘리포니아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학부,석박사 과정이 갖춰진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대학교)-캘리포니아 주립대학(California State University, 학부와 석사과정으로 이루어진 싼 값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교)-캘리포니아 대학(College, 아주 싼 값에 대학 1,2학년 수준의 수업을 제공하고, 졸업생들은 보통 캘리포니아 대학교/주립대학교로 편입함)와 같은 조금 씩 목표가 다른 대학(교)들로 구성되어있다. 이와 같이 ㄱ동아리와 ㄴ동아리는 각각의 존재 가치가 있다. 물론,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ㄱ동아리를 더 지지한다. (왜냐하면 ㄴ동아리의 실력있는 연주자들도 결국 음대의 전공자에 비하면 못하기 때문이다.)
2. 스포츠에서의 프로와 아마
이때부터 나는 프로와 아마의 차이에 대해서 한 층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야구와 농구 리그가 프로화 되면서 기량이 비약적으로 늘었다는 점이 과연 "프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처음 내게 던져주었다. 프로의 정의는 무엇일까? 돈을 받으면서 직업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이 프로일 것이다. 그런데 농구나 야구의 경우에는 "실업"이라는 이름은 아마이지만, 돈을 받고 운동을 하는 제도가 존대하여 조금은 애매하다. 물론 실업 야구/농구의 경우에는 받게되는 선수의 기량에 따라서 연봉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로와 구분될 수 있다. 굳이 말하자면 실업 경기는 준프로(semi-professional)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굳이 지금 프로와 아마의 정의를 이야기하자면 대략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어떤 분야에 있어서의 프로는 해당 활동에 종사하므로써 금전적 대가를 받는 이들/행위를 말하고, 아마는 그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특히 금전적인 보상을 바라지 않는 경우를 의미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아마츄어란, 취미/동호 활동에서 구현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중고교 엘리트 체육은 진정한 의미의 아마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장차 프로가 되는 것을 바라보고 운동을 할 뿐만아니라, 중고교 혹은 대학 입시에서 금전 또는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루어 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닌가..) 따라서, 이런 저런 상황을 다 맞출려면, 취미-아마(엘리트체육 등)-준프로-프로 이렇게 적어도 4가지 경우로 나누어야 하겠다.
그렇다면, 프로는 어찌하여 높은 기량을 가지게 될까. 일단 중요한 것은 실적(기량)에 따라서 금전적 보상이 확연히 달라지므로, 기량 계발을 위한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뿐만아니라, (순수한 의미의) 아마와는 다르게 해당 활동 자체가 "직업"이므로 기량 연마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첫 번째 이유를 강조해보면, 실업 스포츠는 금전적 보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므로 완전한 프로에서는 조금 먼 어떻게 말하면 아마에 가깝다. 두 번째 이유를 강조해볼 때에 엘리트 체육은 학과 공부에 전혀 힘쓰지 않는 다는 점에서 프로에 가깝다. 이와 같이 프로에 대한 기준을 넓혀 잡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취미/동호인 활동만이 순수한 아마츄어라고 생각된다. 실업 스포츠는 월급을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프로와 아마의 이분법에 있어서는 당연히 프로이고, 엘리트 체육은 차후(프로 입단시)에 주어질 금전적 보상을 바라보며 운동에만 전념하므로 아마보다는 프로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스포츠 분야에 있어서 프로의 기술은 아름답다. 아마츄어는 프로의 기술을 "절대"(너무 단정적이라면 확률론 용어인 almost surely를 사용하겠다.)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아마츄어의 순수한 자세 그리고 자신이 하는 운동에 대한 사랑은 보는 이로하여금 진한 감동을 준다. 프로의 스포츠 경기는 승패가 확정된 후에는 (리그전의 경우) 다음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서 패배를 인정하고 포기한다. 하지만, 아마츄어는 끝까지 열심히하는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프로와 아마의 우열을 가리고 싶지는 않다. 단지, 각각 역할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3. 지금의 나는 프로인가, 아마인가?
위의 기준을 적용해서 지금의 내가 프로인지 아마인지 생각해 보고 싶다. 일단 나는 프로 물리학자인지. 일단, 적어도 엘리트 스포츠 학생선수(중고교/대학)와 같이 물리에만 전념하고 차후에 있을 금전적 보상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 프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조교활동을 하면서 수입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는 물리를 연구하는 상황이니까 스포츠로 치면 "실업"에는 해당한다. 따라서 "엘리트 체육 학생선수"이자 "실업 선수"라고 본다면, 나도 프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프로에는 책임이 따른다.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해야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잘해야한다 이런 식의 논지가 아니다. 프로는 당연히 열심히 하면서 잘 해야한다. (포기하는 경기는 일단 논외로 하자.) 그리고 이러한 퇴로가 없는 앞으로만 나아가야만 하는 상황이 기량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지도교수를 정한 후에 나에게 권해주는 책/논문을 공부하면서,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고는 했는데, 이를 "프로의식"을 가지고서 어떤 일이 있어도 꼭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덤벼보니까 무언가 더 많은 것을 얻는것 같다. 이것이 바로 "껍질을 깨는" 상황인 것같다. 프로가 됨으로서, 가지고 있는 기량,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기량까지 꺼내 쓸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취미에 대해서 글을 썼을 때에 경리/회계에 관한 지식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과연 나는 경리/회계에 있어서 프로였을까 아마였을까? 적절한 보수를 받지 않았으므로 아마였을까?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병역세를 납부하는 와중(군 복무 자체가 병역이라는 종류의 세금을 직접 노동으로 납부하는 것이므로)에 경리를 익히고, 일했다. 그러므로 병역 복무 자체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면, 나의 경리 업무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냈으므로 (내가 직접 돈을 받지는 않았지만, 돈을 받아서 바로 국가에 납부했다고 생각할 때에) 나 또한 경리의 프로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 한인학생회에서도 부회장 겸 재무담당으로서 활동하는 데에 있어서 경리지식을 이용할 때에는 프로를 그만둔 아마츄어라고 보아야하겠다.
위의 취미설을 썼을 때에도 말했지만, 무언가를 열심히하는 아마츄어가 되고 싶다. 물론 그 이전에 기량이 아름다운 경지에 오른 프로가 되고 싶다. 아마츄어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무언가 본업은 필요하기 마련이고, 그 본업에서는 프로, 경지에 다다른 프로가 되고 싶다. 일단 프로는 한가지에 집중한다. 나로서도 이 글을 쓰기 얼마전인 4월 말에 지도교수를 정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왠지 프로가 된 느낌이 든다. 일단 무조건 잘 해야하니까, 틀을 깨고 도약하는 느낌이다.
4. 나가면서
잠시 잠깐, ㄱ교향악단과 ㄴ교향악단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ㄴ교향악단의 경우 실력이 안되면, 연주에 나갈 수 없으며 전공자(프로)들을 협연자로 고용한다는 점에서 프로를 지향하고 있는듯하다. 사실, ㄱ,ㄴ 각 교향악단이 서로 다른 수준의 아마 교향악단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연주자가 부족한 경우에 협연자를 구하는 ㄱ동아리와 다르게, 일단 수준을 정해 놓고서 돈을 들여서라도 협연을 구한다는 점에서 ㄴ교향악단은 프로에 가깝다. 그렇다면, ㄴ교향악단은 연주회도 유료로 해야하지 않을까? 지향하는 점은 프로니까 말이다. ㄴ동아리를 비난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들은 프로(적어도 준프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잡설은 이만 줄이고, 제대로 프로가 되기위해서 이제 공부해야겠다. (정확히는 공부를 위하여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