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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의 여지가 있는 명령은 항상 오해되기 마련이다. (2010-Feb-15, Mon)

Any order 

that can be misunderstood 

will be misunderstood.


- Von Moltke the Elder

at the outbreak of the Franco-Prussian War



질럿의 블로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위의 인용구는 제가 좋아하는 인용구입니다. 군대에서의 명령 뿐만 아니라 사람들간의 의사 소통은 항상 오해의 여지를 최대한 피해야한다고 봅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무엇이든 중복해서 적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예컨데 2010년 2월 15일이면 '당연히' 월요일이므로 요일을 따로 적는 것이 '멍청한 짓'이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중복해서 적는 것이 오해를 피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닳고 나서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항상 적당한 중복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합니다. 저의 블로그에 있는 글이 오해의 여지가 적은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위의 인용구와 같이 함께 오해를 줄여나가며 대화하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방명록을 겸합니다.

by 질럿 | 2021/05/17 17:06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1)

번역하며 참고 문헌을 날려버린 < 지능의 역설 (우리가 몰랐던 지능의 사생활) >

최근 가나자와 사토시가 쓴 <지능의 역설 (우리가 몰랐던 지능의 사생활)> 이라는 책을 재미나게 보고있다.

영국 런던 정경대(LSE) 교수로 <Psychology Today>에서 논란이 되었던 필진이었던 만큼,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책에서 풀어가고 있지만 데이터과학자로서 재미나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 중간 연구 결과를 인용한 부분이 있어서 주석으로 가보면 "Kanazawa 2005"이런식으로만 적혀있다. 아니, 아무리 일본인들이 '축소지향적'이라고 하더라도 연구 논문 출처까지 이렇게 간략(?)하게 적을 줄이야?! 하면서 혹시나 하고 아마존에서 미리보기로 확인하니 원서에서는 주석은 개별 챕터의 말미에 있고, 참고 문헌(Reference)는 따로 있었다. 즉, 역자 김준 씨가 참고 문헌을 번역하면서 통째로 빠뜨린 것인데... 역자 이력을 보니 연구 분야에 종사하신적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연구 경험이 없으신 분이니 참고 문헌의 중요성을 모르셨으리라... 출판사랑 원작자에게 연락을 해보련다.

사실 이 포스팅을 쓰려고 마음 먹은 이유는 참고 문헌을 확인하기 위해 킨들로 구매 할까 고민하면서, 혹시 이 책 원서를 갖고 계신 분께 참고 문헌만 좀 공유해주십사하려 했었다. 그런데, 가나자와 교수의 학교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일단 본인의 논문 목록이 있기에, 번역본의 주석에 나와있는 인용한 논문의 저자와 출판연도를 보고 유추해서 논문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도, 대부분은 가나자와 교수 본인의 논문을 인용한 것이다.

by 질럿 | 2020/08/04 05:51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0)

모더니즘 - 제조업에서의 학습 곡선

모던니즘의 시작은 산업 혁명이 후 대량 생산을 통한 공업생산품(공산품) 가격이 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일 것이다.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학습곡선(learning curve)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량생산을 하다보면 생산 공정의 효율화와 기능공들의 숙련화가 이루어져서 생산 단가가 급속도로 하락한다는 것이다. 원가회계 상, 생산설비 투자금액의 감가상각이 끝나서 생기는 회계상의 절감 효과를 제외하고 말이다.

유명한 아래로는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한 바늘 공장의 사례가 있을 것이고, 산업화 이후의 대량생산 체제를 일단 정립한 포드 모델T도 유명한 사례이다. 모델T는 처음에도 저렴한 승용차였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생산단가가 내려갔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비슷한 예로 2차대전기에 소비에트(소련)에서 생산한 T-34 전차도 다른 유명한 예이다.

최근에 <나의 GM 시절 - 앨프리드 슬론의 회고록>을 읽고 있었다. 이 책은 현대적인 경영과 생산관리를 완성한 슬론이 회고록이라는 형식을 빌어 '경영학 원론' 이야기를 풀어쓴 것 같다. 제20장에서 2차대전 당시,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가 시설동원 되어 각종 군수품을 미국 정부에 납품 할때 이룩한 생산관리 업적을 설명하기 위해서, GM이 생산한 폭격기용 50구경(0.50인치) 기관포의 납품 가격을 표로 정리한 것이 있다. 여기에서 판매가는 당시의 미국달러화(USD)로 표시한 미국 정부 납품가이다. 슬론이 직접 밝혔듯이, GM은 영업이익율을 제한하여,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 그 만큼 납품가를 낮추었기 때문에 밑에 표에 나타난 판매가가 곧 생산단가에 준한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계약 회차          계약기간     생산량     판매가
당초가격 Jul-41 Jan-42 5,674 689.85
1차수정 Feb-42 Mar-42 4,043 515.80
2차수정 Apr-42 Jul-42 10,281 462.29
3차수정 Jul-42 Oct-42 15,922 310.21
4차수정 Nov-42 Dec-42 14,744 283.75
5차수정 Jan-43 Jan-43 6,000 386.93
6차수정 Jan-43 Apr-43 32,938 252.50
7차수정 May-43 Aug-43 40,723 231.00
8차수정 Sep-43 Jan-44 40,000 222.00
9차수정 Jan-44 Jan-44 10,257 207.00
10차수정 Feb-44 Mar-44 21,579 197.00
11차수정 Apr-44 Jun-44 34,126 186.50
12차수정 Jul-44 Aug-44 21,031 180.30
13차수정 Sep-44 Jan-45 43,824 169.00
14차수정 Jan-45 Apr-45 12,819 176.00
15차수정 Apr-45 Jun-45 13,306 174.50

표를 훑어보기만 하더라도 계약 회차 혹은 시간이 지날 수록 판매가가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역시 대량생산의 힘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문득 내 머리속을 스친 의문이 있었다. 바로 "학습 곡선에 따라서 시간이 지날 수록 생산 단가가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긴 한데, 동시에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하는 경우에 단가가 낮아지지 않던가?"였다. 다시 말해, 같은 숙련도의 경우에는 한 계약 당 생산 물량이 많을 수록 단가가 떨어지지 않던가... 그렇다면 슬론이 회고록에 첨부한 위의 표에서 숙련도(=생산 시기가 뒤일 수록 숙련도가 높다고 할 수 있음)와 생산량이 단가(=판매가)에 영향을 줄텐데, 변수가 2개이다 보니 영향력을 어떻게 측정하면 좋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생각난 김에 엑셀을 활용하여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계산해 보았다.

우선 계약 회차별 생산량과 판매가를 비교(그림1)해보고, 또 언제 생산 된 연월(위의 표에는 '영문 달 이름 - 연도'로 표시되어 있음)과 판매가를 비교(그림2)해 봤다. 둘 다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다시 말해 회차별 생산량이 많을 수록, 생산 연월이 뒤로 갈 수록 판매가(=생산 단가)가 낮아진다. 

<그림1>
<그림2> x축은 회차의 시작 연월(month-year)을 나타낸 것이다

이 경우에는 일단 회차별 생산량 혹은 생산 시기 중에 적어도 하나 이상이 판매가로 표시되는 생산 단가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표을 유심히 보면 생산 연월이 뒤로 갈수록 회차별 생산 수량이 증가한 다는 것을 눈대중으로도 알 수 있다. 이를 산포도로 나타내면 <그림3>과 같다.

<그림3> x축은 연월을 상대적인 값으로 표시했다. 194년 1월을 0.00으로 나타내고 1945년 6월을 1.00으로 표시했다.
다시 말해, 생산 시기와 회차별 생산량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에, 생산 시기 혹은 회차별 생산량 중에 하나만 생산 단가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더라도 <그림1>과 <그림2>에 나타난 상관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예컨데 회차별 생산량이 생산 단가를 독단적으로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생산 시기 역시 회차별 생산량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는 생산 시기가 생산 단가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생산 시기가 전적으로 생산 단가를 결정하더라도, 생산 시기가 늦어질 수록 회차별 생산량이 많았다면, 회차별 생산량이 생산 단가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생산 단가에 영햐을 주는 요소(factor)를 확인 할 수 있을까? 다중회귀분석(multi-regression)과 같은 여러가지 통계적 기법이 있겠지만, 일단은 학습 곡선 이론을 믿고, 생산 시기와 생산 단가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그림4>는 생산 시기와 판매가의 상용로그(log)값을 비교한 것이다. 생산 시기가 뒤로 갈 수록 '학습'이 이루어져서 생산성이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판매가(=생산 가격)가 내려간다는 가정하에 구성해본 것이다. 의외로 추세선이 상당히 잘 들어 맞는다. 첫 번째 회차와 마지막 두 회차는 추세선의 위에 있는데(=학습 곡선을 통해 예측한 생산 단가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였는데) 이는 아래서 기술하겠지만, 생산량이 적어서 생기는 효과, 다시 말해 회차별 대량 생산에서 오는 단가의 하락이 없기 때문이다.

<그림4>
이에 <그림4>에서 유도한 추세선을 활용하여 시기별 판매가의 예측값과 위의 표에 나온 실제값의 차이를 '잔차항'이라고 하자. 잔차항이 0이면, 즉 시기별 판매가가 추세선 위에 있으면 추세선을 통한 예측이 정확히 들어 맞은 것이고, 추세선 위에 있으면 추세선이 실제 값보다 과소예측한 것이고, 추세선 아래에 있으면 추세선이 실제 값도다 과다 예측한 것이다. 이러한 과다/과소 예측이 회차별 생산량과 관계가 있는지 알아본 것이 <그림5>이다.

<그림5> x축은 회차별 생산량을 나타내고 y축은 예측판매가의 상용로그값이 과다/과소 예측되었는지를 보여준다. y값이 양수이면 과다 예측 된 것이고, 음수이면 과소 예측 된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생산 시기와 회차별 생산량 둘 다 모두 생산 단가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다만 생산 시기에 따른 학습 곡선이 생산 단가에 영향을 크게 주기 때문에 생산 시기를 보정한 다음에 생산 단가와 회차별 생산량을 비교하면 이 역시나 회차별 생산 량과 생산단가 사이의 음의 상관관계를 볼 수 있다. (<그림5>에서는 생산 단가가 예측 값보다 낮을 수록 '과다' 예측 된 것이기 때문에 양의 상관관계처럼 나온다.) <그림4>에서 첫 번째 데이터 포인트와 마지막 2개의 데이터 포인트가 추세선 위에 있는 것은(=판매가가 과소예측 된 이유는) 바로 첫 번째와 마지막 2번의 회차별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적은 양을 생산하였기 때문에 학습 곡선을 고려한 생산 단가 예측값보다 높은 값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2가지 이상의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줄 때에는 둘 중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변수를 제거하고 관찰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다중회귀분석을 할 수도 있겠으나, 두 독립변수(생산 시기와 회차별 생산량)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 경우(<그림3>에서 보여준 양의 상관관계)에는 이 둘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 두 변수 중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잔차항)을 살펴볼 때 어떻게 상관관계를 확인 할 수 있는지 보면 된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대량 생산을 통한 모더니즘, 혹은 포디즘(Fordism)의 화신인 포드 모델T의 생산에도 <그림4>와 비슷하게 시간이 지날 수록 생산 단가가 로그 스케일로 하락하는지 궁금해졌다. 영문 위키피디아의 포드 모델T 항목을 살펴보니, 연도별 생산량과 당시의 판매가(=생산 단가), 그리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판매가가 나와있었다.

<그림6> 포드 모델T의 생산 시기별 판매가(인프레이션 보정 후, 상용로그를 취함), x축은 1909년을 0.00, 모델T가 단종된 1927년을 1.00으로 환산한 상대값
이 역시도 생산시기가 뒤로 갈 수록 판매가가 로그 스케일을 따라서 선형으로 감소한다. 다시 말해, 제조업에서의 학습 곡선에 따르면 시기에 따라서 생산가(판매가)가 로그 스케일로 감소한다. 즉, 위의 GM에서 생산한 기관포 생산 단가의 예와 같이 생산 시기와 회차별 생산량이 생산 단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되는 것이다.

by 질럿 | 2020/08/01 21:41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2)

철도와 신선 식품(생굴)

크리스티안 월마의 <철도의 세계사>를 읽는 중에 굴(oyster)와 관련 된 일화가 몇 개 나온다.

===
조지 폴링(George Pauling)은 아프리카의 철도 발달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풍토병에 안 걸리려면 엄청나게 먹고, 특히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단언하던 뚱보였다. 베이라 철도(Beira Railroad)로 이틀 동안 여행하는 사이, 이 철도의 책임자 알프레드 럴리(Alfred Lawley)와 기술 책임자 A. M. 무어(A. M. Moore)와 함께 셋이 독일 맥주 300병을 마신 일화는 유명하다. 또 며칠 뒤에는 이 세 명이 아침으로 굴 1000개로 만든 요리와 샴페인 여덟 병을 해치우기도 했다.
- < 철도의 세계사: 철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나 Blood, Iron & Gold How the Railways Transformed the World >,  크리스티안 월마 지음, 배현 옮김
===

이 일화는 유명한 모양이다.. 구글 검색창에 "george pauling 1000 oysters 8 bottles of champagne"라고만 검색해도 트리비아 모음 사이트에 많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한 시간에 굴 2064개를 먹은 사람도 있다고 하고. 다른 사이트도 있다. 그리고 비행기가 없던 시절에 장거리 여행을 철도로 하던 시절에는 철도의 식당 열차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는데 여기서도 굴이 나왔다고 한다.

===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 철도는 고급 열차를 운영하는 정책을 지속했다. (...) 뉴욕 센트럴 철도의 20세기 특급(Twentieth Century Limited)이었다. (...) 저녁식사는 늘 굴로 시작하고 이어 수프가 나오며, 본식은 생선, 닭고기, 쇠고기 갈비, 거위 가운데 고를 수 있고 치즈와 디저트로 마무리했다.
===

굴은 신선 식품이다보니, 산지인 바닷가에서만 먹을 수 있다가 철도가 도입되면서 산지가 아닌 곳에서도 생굴을 먹을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해서 식재료로서의 굴 특히, 19세기-20세기 산업화시기를 중심으로 공부해서 정리해보고 싶다.

by 질럿 | 2020/08/01 06:56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0)

육아일기 쓰기

주말을 맞이하여 은주영 육아일기 밀린걸 다썼다. 이로써 2년 동안 육아 일기를 하루하루 다 썼다.

신생아 때는 분유 먹인 양을 적기도 했고, 그냥 재미있는일 적다보니까 딱히 많이 쓰지 않았다. 18년부터는 주영이가 말도 조금씩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지내게 되다 보니까, 쓸 이야기도 많아졌다. 그렇게 된 김에 매일 꾸준히 쓰지는 않더라도 모든 날에 대해서 적겠다는 생각으로 육아일기를 채워보았다.

오늘은 23일치를 적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중간 중간 다른일도 하면서 적은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보통 2주에 한 번 씩 몰아서 쓰게 되는데 1시간정도 걸리는 것 같다. 그날 그날에 기념 할 만한 사진도 찾아서 첨부하고 하려다보니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물론 오롯이 내 기억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사초'를 바탕으로 쓴다. 정식 육아일기는 에버 노트에 적는데, 정식으로 일기를 쓰기 전에도 중간중간 재미난 일이 있거나 기억하고 싶은 사건이 있으면 에버노트에 날짜와 함께 적어둔다. 이걸 바탕으로 나중에 정식 일기로 확장한다. 그 외에도 우리 부부의 카카오톡 대화나, 할아버지/할머니들께 보내드린 사진과 재미난 일을 참조해서 내 기억을 보충한다.

이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대충 2주분의 육아일기를 쓰는데 1시간이 걸린다면, 1년에는 52주니까 적어도 24시간 즉 1년 중 만 하루를 육아 일기 작성에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주영이와의 추억을 정리해서 남기기 위해 1년에 하루 정도는 쓸만 할 것 같다.

by 질럿 | 2020/08/01 06:02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2000년대 초반 한국어 현대시(3행시) 형식에 대한 수학적 고찰


어제 작성한 비운의(?) 전투기 라팔 인도 기념 대칭3행시에 이어서 2000년대 초중 반에 나온 한국어 3행시에 대해서 수학적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수학과 연관 된 제일 유명한 3행시는 바로 <간미연 3행시>이다. 이의 특징은 두운을 유명인인 90년대와 00년대에 활약한 가수 '간미연'을 활용하여 수학과 관련된 시상을 전개한다는 데 있다.

* 사례1
간: 간단히 말해
미: 미분 가능하면
연: 연속이다
- 작자미상, c 2000

이 3행시는 서울대학교 수학과 건물인 자연대 24동 1층 남자화장실에 있던 낙서로 필자도 직접 목격한 바있다. 나무위키에는 2001년 이전이라고 되어있으나, 본인이 목격한 것은 2000년 11월~12월 이었다. 조금 더 수학적으로 분석하자면 1행의 "간단히 말해"는 수학적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연"으로 3행시 만들면 더 그럴 싸하다.

* 사례2
이: 이와 같이
미: 미분 가능하면
연: 연속이다
- <간미연 삼행시>의 변형, 필자, 20200724

1행을 "이와 같이"로 하자면, 평소 수학 교재에서 수록된 증명을 서술하는 방식과 흡사함을 알 수 있다. 다만, 2000년 경에는 90년대에 유명한 가수였던 간미연이 8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이미연에 비해서 낙서를 하는 대학생(혹은 대학원생)에게 더 친숙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례1과 사례2를 비교해 보면 사실상 시적 화자가 전달코자하는 주제는 2행과 3행에 걸쳐 있다. 다시 말해 1행은 어느정도 변주가 가능한 것이다. 이에 "도미연"이라는 이름의 유명인은 없으나(인터넷 검색을 통해 실명 혹은 가명으로 사용하는 한국어 사용자가 다수 존재함을 확인 할 수 있다), 조금 더 수학 교재에서 사용함 직한 표현으로 바꾸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사례3
도: 도함수가 존재하여
미: 미분 가능하면
연: 연속이다
- <간미연 삼행시>의 변형2, 필자, 20200724

달리 표현하자면 <간미연 삼행시>의 2행과 3행은 후렴구로서 기능하고, 1행은 변주 할 수 있는 행이다. 이를 염두해 두고, 본론에 해당하는 "대칭3행시"를 고찰 해 보도록 한다. 대칭3행시의 원형은 1980년 이전에 나타났는데 다음과 같다.

* 사례4
개똥아
똥싸니
아니요
- 작자 미상, c 1970-1980

이 삼행시는 한 행에 3자로 구성되어 총 9자의 짧은 시로서, p행의 q번째 음절이 q행의 p번째 음절과 동일해야한다는 엄격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사례4에서도 보듯이 1행 2번째 음절인 "똥"은 2행 1번째 음절과 동일하다. 총 9음절(3행 * 3음절)로 이루어져 있으나, 대칭성을 고려하면 총 6개의 고유한 음가(음절)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수학적인 표현을 빌자면, 9음절로 이루어진 "대칭3행시"는 6개의 음가만 변수로 기능한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타고르, 19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따르면, 5.7.5 음절로 구성되는 일본의 하이쿠가 현재까지 연구 된 정형시 중 가장 짧은 시라고 하였으나, 늦어도 1980년에 한국에서 발전 된 "대칭3행시"는 하이쿠에 비해 더욱 엄격한 형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더욱 짧은 정형시라고 할 수 있다.

상술한 대칭성을 형식(template)으로 시각화 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례5
A X Y
X B Z
Y Z C
- "대칭3행시"의 형식, 필자 외 다수

여기서 X, Y, Z는 대칭성에 의해 제한되는 2개의 서로 다른 음절을 1개의 음가로 나타낸 것이다. 이에 반해 A, B, C는 한 번씩 나타나는 음절이다. 사례4를 사례5로 해제하자면 다음과 같다.
A = 개, B = 싸, C = 요
X = 똥, Y = 아, Z = 니

*사례6
라팔아
팔렸니
아니오
-작자 미상, c 2010

제작국인 프랑스 이외의 국가에 오랜 기간 판매가 되지 않았던 전투기 "라팔"과 관련 된 3행시(3행시 - 라팔아 팔렸니 아니요 )를 사례6과 같은데 이를 사례4와 비교하자면, 두 시가 3행을 공유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이는 서두에서 사례1~3의 후렴구인 2~3행과 같이, 사례4/6은 3행('아니요')을 후렴구로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사례1~3에서는 2~3행만으로도 시상이 전달 되지만, 사례4/6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칭3행시"가 나온 이후에 많은 창작자들이 시작에 도전하였으나 현재까지 전해지는 시들을 확인해보면 3행이 '아니요'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3행에 '아니요'를 채용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시적 허용이라고 하기에는 시적 화자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즉 "대칭3행시"는 대부분 3행이 '아니요'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조금 더 심도있게 고찰하기 위해 사례7을 위의 사례4와 사례6과 비교해보자.

*사례7
곰돌아
돌았니
아니요
-작자 미상, c 2015

"대칭3행시-아니요"의 경우에는 사례5를 기준으로 Y값이 '아'인데, 각 행이 3음절로 이루어져 있고 1행의 마지막 음절임을 감안하면 한국어의 호격조사 '-아/야'를 활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경우 A값과 X값은 호칭이 되고, X값에 받침이 있어야만 호격조사 '-아'가 사용된 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칭3행시-아니요"의 1행은 누군가(AX)를 부르는 내용으로 시작되고 여기서 호칭의 두 번째 음절(1행2음절)은 받침이 있어야한다. 이는 '개똥', '라팔', '곰돌'을 보면 쉽게 입증 할 수 있다.

"대칭3행시-아니요"의 3행은 '아니요'라는 부정형 대답으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2행은 의문문('-니?')이 되어야하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려면 2행 2음절은 과거형 어미(사례6~7에서의 '-렸-', '-았-')가 되거나 동사의 어근(사례4에서의 '싸-')이 되어야 한다. 사례5에서 명시 되었듯, 대칭축이라고 할 수 있는 대각성분인 2행 2음절은 대칭성에 구애 받지 않으므로 어떤 음가가 자리잡더라도 문제가 없고, 따라서 "대칭3행시"의 시상을 결정하는 주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다음과 같은 "대칭3행시-아니요"를 창작 할 수 있다.

*사례8
벌꿀아
꿀먹니
아니요
- <개똥아 대칭3행시>의 변형, 필자, 20200724

위의 사례8에서 보듯이 "대칭3행시-아니요"의 시작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2행 1~2음절에서 시상을 전개함과 동시에 2행 1음절은 1행 2음절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받침이 있어야하고 동시에 호칭의 2번째 음절이 되어야한다. 사례8에서의 호칭(1행 1~2음절)은 '벌꿀'인데 이는 '꿀벌'을 도치시킨 것으로 시적 허용으로 볼 수 있다.(실제 한 유명인이 '꿀벌'을 '벌꿀'로 오기한 바 있다.) 이에 "대칭3행시-아니요"의 템플릿을 정리하면 사례9와 같다. 사례5와 비교해 보면, A, B, X의 3개 음가만 변수로서 기능한다.

*사례9
A X 아
X B 니
아니요
- "대칭3행시-아니요"의 형식, 필자

이제 "대칭3행시-아니요"라는 템플릿을 변형해 보도록 하자. 상술하였듯이 본 원고는 프랑스의 전투기 라팔이 판매되고 실제 인도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축시로 시작하였다. 이전 글에 게재 된 필자의 축시를 옮기자면 사례10과 같다. 

*사례10
라팔이
팔렸제
이제야
- <라팔아 대칭3행시>의 속편, 필자, 20200724

2행의 '팔렸제'는 한국어 표준어는 아니지만 사투리로서 시상을 전개하는데 무리가 없고, '-제'는 단순 서술형 문장을 종결 할 때 사용되므로 범용성이 있다. 이 사례10는 "대칭3행시-이제야" 원형으로 삼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템플릿을 정리하면 사례11과 같다. 1행의 3음절은 주격조사 '-이/가'인데 호격조사의 '-아'와 마찬가지로 X가 받침이 있어야한다. 

*사례11
A X 이
X B 제
이제야
- "대칭3행시-이제야"의 형식, 필자

사례11을 고려하여 "대칭3행시"의 원형인 사례4를 변형하면 다음과 같다.

*사례12
개똥이
똥쌌제
이제야
- <개똥아 대칭3행시>의 변형, 필자, 20200724

사례12를 보면 "대칭3행시-아니요"은 대부분 "대칭3행시-이제야"로 변주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례9와 사례11의 공통점은 두 캐릭터가 존재하고 한 캐릭터의 행위(배변, 매매, 섭식 등)에 대한 시상이라는 점이고, 하지만 차이점도 있는데, 사례9는 두 명의 시적화자가 등장하는 문답 형식인데 특정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부정형으로 마무리되는 반면, 사례11은 원형이 되는 작품에서 부작위를 주장했던 행위가 '이제서야' 일어났음을 시적 화자가 독백하는 형식이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대칭3행시-아니요"에서 "대칭3행시-이제야"로의 변환(transform)이 존재한다.

그동안의 "대칭3행시"대한 고찰 결과에서 보여지듯 사례4과 사례6에서 보여지듯이 3행이 '아니요'인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해당 시들을 "대칭3행시-아니요"라는 공통 형식으로 분류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형식을 벗어나는 "대칭3행시"는 안타깝게도 시상의 전개가 완결성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른 형식의 "대칭3행시"가 없거나 매우 희소함을 알 수 있다. 금번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판매를 기념하며 사례10에 해당하는 '다른' 형식의 "대칭3행시"를 필자가 직접 창작하였고 이는 "대칭3행시-이제야"라는 형식으로 명명 할 수 있으나, 상기의 고찰을 통해 이 역시 "대칭3행시-아니요"와 전단사(1대1대응) 관계에 있는 "대칭3행시"로서 넓은 범주의 "대칭3행시-아니요"에 포함 된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추후 연구 과제
"대칭3행시-아니요", "대칭3행시-이제야" 형식에 대응되지 않은 다른 형식의 "대칭3행시" 형식을 찾아보자.

by 질럿 | 2020/07/25 04:29 | 좋아하는 가사(Lyrics) | 트랙백 | 덧글(0)

3행시 - 라팔아 팔렸니 아니요

다소사의 라팔 전투기(Dassault Rafale)가 드디어 인디아에 배치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라팔 3행시를 새로 지어보았다.

* 기존 3행시

라팔아
팔렸니
아니요
-작자 미상 c. 2010

전형적인 회문 혹은 사토르 마방진으로, 형식에 맞는 3행시를 짓는 것이 까다로운 일이었다. 고민 끝에 퇴고한 자작시는 다음과 같다.

* 라팔 전투기 인디아 인도 기념 자작시

라팔이
팔렸제
이제야
- Jonghyoun Eun 20200724

2행의 종결어미 "~제"가 사투리라서 약간 어거지 느낌이 나지만, 시적허용으로 봐줬으면 한다. 내일은 < 2000년대 초반 한국어 현대시(3행시) 형식에 대한 수학적 고찰 >이라는 소고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개봉박두!

by 질럿 | 2020/07/24 06:01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0)

증정본을 "구매"하게 될 때의 감정이란...

최근에 산 한글 책들 중에 책 속표지에 ""OO에게 드립니다.""하면서 저자 사인이 있다거나, 아니면 ""증정""이라고 막도장이라도 찍혀있는 책들이 몇 권 된다. 중고책도 있고 신품도 있는데... 앗!? 신품에 ""증정""이라고 써있는 것은 출판사가 너무하지 않았나.

여튼, 이런 증정본이 2차시장에 풀려서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것이 나름의 인연 아니겠는가. 이런식으로 증정본이 시장에 다시 풀렸는데, 내가 힘들게 구한 책들은 사실 엄청난 덕을 쌓은(=덕후들을 위한) 책이다. 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목록을 적자면 다음과 같다.


전투감각               서경석
6·25전쟁과 정보실패        장호근
일본 전자 반도체 대붕괴의 교훈 유노가미 다카시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        구범진

by 질럿 | 2020/07/21 06:13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0)

지구본연구소 - 홍콩의 육류 소비량

얼마 전, 내가 "신과 함께"라고하는 유투브 "삼프로TV"의 방송 내용을 한 번 비판했지만 여기에도 좋은 에피소드가 많이 있다. 그러니까 챙겨 듣다가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코너인데, 해박한 인문사회 지식을 뽑내는 팟캐스트 지리지(地理志)이다.

최근의 에피소드(유투브, 팟빵, 아이튠즈)에서는 우루과이 이야기를 하면서, 1인당 쇠고기 소비량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소 낙농업으로 유명한 인접국인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쇠고기 소비량 1위와 2위를 다투고 그 다음에는 미국, 브라질 등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3위 혹은 4위에 홍콩이 자리하고 있다는 수수께끼를 던졌다. 방송에서는 홍콩을 찾는 관광객들이 소비하는 쇠고기까지 포함하여 통계를 냈기 때문에, 홍콩 인구 대비 소비량이 크게 잡힌 것 아니냐고 추정하기도 했다. 나는 이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중계무역으로 유명한 홍콩인지라 실제로 홍콩 경내에서 소비하지 않고 재수출되는 쇠고기 분량 때문에 1인당 소비량이 높게 잡히는 것 아닌가 추정했다. 예컨데, 쇠고기를 홍콩으로 들여와서 통조림 등 육가공품으로 만들어 재수출하는 경우에, 실제 '섭취'하지는 않았으나 중간재로서 '소비'했기 때문에 쇠고기 소비량이 높게 잡히는 것 아닐까했다.


이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관계로 내가 직접 구글링을 통해 알아보았다. 홍콩의 쇠고기 소비량은 왜 많은지를 찾아보니 간단하게 얻어 걸린 기사가 있었다. 대만과 홍콩의 식생활을 비교한 것인데, 대만과 비교 할 때에 (해산물을 제외한) 육류의 소비량이 급증하여 걱정이라는 이야기다. 위의 기사는 아래의 사이트에 나오는 데이타를 가공한 것이라고 한다.
대만에 비해 홍콩이 통계가 잡히는 1961년부터 쇠고기 소비량이 많았지만, 2000년을 전후하여 쇠고기 소비량이 눈에 띄게 더 증가했다는 그래프가 위의 기사에 잘 나와있다. 하지만, 이 그래프만으로는 홍콩에 단기 방문하는 관광객에 의해 쇠고기 소비량이 부풀려지는 효과(통계 왜곡)가 없었음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다행히고 기사 말미에는 쇠고기를 포함한 각종 식자재의 1인당 소비량이 나와있어서 비교하기 좋다.
계란이나 채소류의 소비량이 대만과 홍콩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관광객으로 인한 소비량 통계 왜곡은 없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결론을 내리려했다. 그런데 위에 링크한 기사를 자세히 보니 홍콩의 쇠고기 소비량이 눈에 띄게 많은 이유가 접경지역으로의 밀수 때문이 아닐까하는 추정을 하고 있다. 이에 간단하게 훑어보니 정말로 홍콩에서 접경지역으로의 육류 밀수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홍콩 관광객이 아니라, 재수출(밀수출이지만)하는 물량이 통계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즉, 내가 추정한 재수출 물량이 누락되어 소비량 통계가 왜곡된 것이 맞았다!

데이타 덕후로서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by 질럿 | 2020/07/01 04:03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최근에 읽은 일본 관련 책들


최근 몇 주 사이에 읽은 책 중 일본과 관련 된 책 몇 가지를 묶어서 정리하며 단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 반도체 제국의 미래 삼성전자, 인텔 그리고 새로운 승자들이 온다 
  • 도요타의 원가 
  • 유니클로 제국의 빛과 그림자 (찬란한 성공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 일본 전자 반도체 대붕괴의 교훈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한국 저자가 쓴 책인데, <일본 전자 반도체 대붕괴의 교훈>과 같이 보면 좋은 책이다. 물리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주변 지인들이 반도체 회사에 많이 있어서 특히나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개인적인 관심이 있었다. <일본 전자 반도체 대붕괴의 교훈>는 2010년대 초에 쓰여진 책이라서, 미래에 대한 예측치를 실제 값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예를 들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2020년 규모는 상당히 정확하게 추산했다)랄지, 전기차의 생산비중(2020년 비중은 틀렸다) 같은 것 말이다.

<도요타의 원가>와 <유니클로 제국의 빛과 그림자>는 기업에서의 '오퍼레이션'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되었다. 물론 <유니클로 제국의 빛과 그림자>의 경우에는 유니클로의 어두운 면을 많이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만,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닌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안티'가 쓴 책만큼 해당 기업/사안을 잘 드러내주는 책이 없기 마련이다. 비슷한 예로는 세계의 농업/종자 산업을 공부하려면, 곡물 메이저의 독과점을 비판하는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종자는 누가 소유하는가)>만큼 좋은 책이 없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와 의류제조/유통업인 유니클로(정확히는 FAST RETAILING)은 다른 산업군에 속하지만, 뛰어난 오퍼레이션을 통한 원가 절감에 대해서 배워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유니클로의 오퍼레이션에 대해서 들여다 보니, '점장'이라는 직위가 작지만 하나의 완결된 사업 단위를 지휘한다는 점에서 해군의 '선장(함장)'에 대응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종종 육군의 리더쉽, 공군의 리더쉽을 비교하고는 했었는데, 유니클로를 보니 해군의 리더쉽도 오퍼레이션에서 고려해 볼 수 있는 모형인 것 같다. 공군의 리더쉽은 전투기 조종사와 이를 지원하는 또 다른 전문화 된 정비기장로 나뉘되, 전반적인 지휘는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 담당하는 모형으로, 테크/IT업계에서 최고경영자(지휘관)가 엔지니어를 겸하는 모형으로 조직은 크기 작고 소수정예를 지향한다. 육군의 리더쉽은 장군(general)이 여러 기능(병과)을 아우르고, 방대한 인력을 적시적재에 동원하는 오퍼레이션(operation - 육군에서는 '작전', 기업에서는 기업의 운영)이 중요하다. 도요타나 삼성전자는 육군의 리더쉽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닐까한다. 육군의 리더쉽과 공군의 리더쉽은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적용되는 대상(산업군)이 다른 것이다. 이번에 새로 발견하게 된 해군의 리더쉽은 특정 분야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책임자(선장)가 이끈다는 점에서 공군의 리더쉽과 상통하지만, 선박(함선)이나 매장이라는 완결성 있는 조직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다른 것 같다. 뭔가 <육군, 해군, 그리고 공군의 리더쉽>이라는 에세이라도 써보고 싶지만 조직 관리에 지식이 일천하여 이정도로 해야할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과서 같은 논픽션을 좋아하는데 일본의 논픽션 서적은 뭐랄까, 너무 짧은 느낌이 든다. 어떻게 보면 핵심만 추렸다고하는 참고서 같다고나 할까. 일본 저자가 쓴 논픽션의 더 큰 약점은 짧은데, 내용의 밀도도 낮다는 것이다. 17자로 감정을 표현하는 하이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뭐든지 짧다. 내가 영미권 저자가 쓴 논픽션에 비해 한국 저자의 논픽션이 내용이 좀 적은 편이다라는 아쉬운 점을 종종 토로했는데, 일본 저자의 책은 더 짧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영미권 책은 가수의 풀 앨범이라면, 한국 책은 싱글 앨범 같고, 일본 책들은 노래 딱 한 곡 혹은 '전주'만 있는 것 같다.

by 질럿 | 2020/06/27 04:35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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