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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강요는 곧 폭력이다. (채식주의편)

벌써 2년이 다되가는 일이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고기를 잘 안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치의학 전문대학원생이었다.)를 졸업하고 나면 채식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왜?!"라고 되물었고, 답은 간단했다. "동물들이 불쌍하지 않아?". 또 당연히 나는 "식물들은 안 불쌍하니?"라고 되물었고, 그 친구는 언짢은 표정으로 "재미없어."라고 대답했다. (Jong, I don't see any fun, here) 그렇지만, 나는 웃기려고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심각했다. 동물이 불쌍하다면 식물은 불쌍하지 않은가? 또 나는 심심찮게 기독교도 이신 어머니께 이런식으로 말씀 드리고는 했었다. "우리가 '원죄'가 있다면 그것은 다른 생물을 먹고 산다는 것" 나는 무엇을 먹는다는 행위는 그 대상이 식물이건 동물이건 (혹은 미생물이건) 간에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뺏는 행위로 동일하게 생각해왔다. 아마도 그 친구는 다르게 생각했었나보다. 굳이 말하자면 모기불님이 말씀하신데로 채식주의를 종교로 받아드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그 친구의 종교를 공격했던 것이다.



위의 비디오를 보면 채식주의자를 통렬하게 비꼬고 있다. 야채 샐러드를 먹겠냐는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저는 "육식주의자인데요?"라고 하면서 끝에 "이건 제 개인적인 선택일 뿐이에요!"라고 한다. 그렇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런데 왜 내 친구는 그러한 "개인의 선택"에 대한 나의 의견(식물도 불쌍하다)에 그렇게 큰 반감을 드러냈을까. 위에서 말했듯이 채식주의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내 친구의 종교를 "공격"한 것이다. 아니 조금 말을 바꿔서 비판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일신교(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는 종교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다. 이런 견지에서 채식주의도 일신교의 범주에 속할는지도 모르겠다. 굳이 여기에서 일신교도(주로 내주변에 있는 기독교도)들과 교리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종교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고 싶다. "종교란 개인 혹은 집단이 갖고 있는 신념 체계로서 결코 반론을 수용하지 않는 것" 이 견지에서 보면 불교는 종교가 아니로군. 불교가 "신을 믿지 않으므로 종교가 아니다"라고 하는 일신교도들을 볼 때마다 아니라고 외치고는 했었지만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본인은 신념에 대한 강요를 매우 싫어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지인들에게 말하건데 혹시나 내가 나의 신념을 강요한 적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하고 싶다. 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숭배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또 "어떠한 사상"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본인은 사상을 강요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는 흑백논리를 배제하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 사회는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이분법을 벗어날 만도 하지 않을까?

by 질럿 | 2009/03/10 15:08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2) | 핑백(2)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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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una's me2DAY at 2009/04/13 09:00

제목 : MakeItBlue의 생각
종교란 개인 혹은 집단이 갖고 있는 신념 체계로서 결코 반론을 수용하지 않는 것 // 흠…? 제법 괜챦은 정의인걸?...more

Tracked from 一期一會 at 2018/04/24 09:01

제목 : 채식인 그리고 취향에 대한 배려
페이스북에 있던 토론 글에 내가 쓴 댓글을 퍼옴. 원 글은 "채식인이 비채식인에게 고기 사진 포스팅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고 이를 비채식인이 거절하자 거절하는 메세지를 캡쳐해서 일종의 조리돌림한 이야기. 여기서 채식인이 비채식인에게 과한 행동을 한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성대방에 대한 배려는 어디까지가 호의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예정일까" 정도였고 밑에는 원글쓴이가 핀트가 어긋났다하신 댓글... ㅎ === 제가 학생 때 채식하는 이......more

Linked at 프로페셔널 찌질이 : 생각의 .. at 2009/09/21 14:42

... 생각의 강요는 곧 폭력이다. (채식주의편)에 이어서 내가 평소에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생각을 강요당했던 일화에 바탕으로 쓴다. 내가 트랙백을 건 불기둥님 글에 나오는 '그렇게 봉사를하고 ... more

Linked at 一期一會 : 채식주의자를 위한.. at 2021/06/26 13:06

... 는 생각에 다다랐다. 결국 나래비를 세워보니 내 아이의 안녕 > 나의 유물론/무신론에 대한 신념 > "육식 따위" 라는 대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육식주의자 포스팅을 했었듯이 고기를 좋아하는데,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신념,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내 아이였다. 이야기가 길어졌으니 "~주의자"라는 표현에 대해 논하는 ... more

Commented by 책벌레 at 2009/03/11 12:46
식물도 생명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땅에 떨어진 것만 먹는 열매주의라는 것도 있기는 합니다.

채식주의에서 육식을 피하는 것은 살생을 최소화 하자는 것이지 살생 전체를 금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풀을 먹는 것은 살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타협인 것이겠지요. 살생을 하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안 먹는다면 그것은 자신을 스스로 살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또한 살생을 저지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질럿 at 2009/03/11 15:01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열매만 먹는 극단적인 비살생주의부터 육류만 안먹고 계란과 우유는 먹는 관대한 채식까지 있다고는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살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채식에 대해서도 (저를 포함한) 어떤 사람들은 동물의 살생이 식물의 살생보다 나쁘다고 생각하고 식물을 살생은 그나마 필요악으로 용납한다는 "신념"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뿐입니다. 저는 비살생의 원칙에 있어서 생명의 경중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는 단지 저의 개인적은 의견을 뿐입니다.

+ 뱀다리를 그리자면, 채식주의자(vagan)라는 말이 한국어(정확히는 일본어겠지만요)로 번역되면서 "~주의"라는 말이 붙고 이로 인해서 이를 이념처럼 생각하게되었고 이에 따라서 채식에 대한 논의가 "너무 심각해졌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무뢰한 at 2009/03/13 21:34
식물들은 뇌가 없기때문에 고통을 인지하는것이 동물보다 덜 하므로 .....라는 이유를 채식주의자 사이트에서 본것같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질럿 at 2009/03/14 17:16
그렇군요. 채식에 대해서도 나름의 정연한 주장이 있으리라 봅니다. 다만 저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방문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음... at 2009/03/28 18:58
"식물들은 뇌가 없기 때문에??" 죄송한 말이지만 X소리라 봅니다. 어설픈 과학들이대는 거 보다, 솔직해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론상으로야 빈대목숨이나 사람목숨이나 어느게 더 귀중한지 알 수 없지 하지만, 빈대죽이는게 (반사적인) 죄책감(공포)은 덜 하잖아? 그런입장에서 너희 육식을 먹는 이들이 내 눈에는 좀 잔인해 보여...파충류를 유독 무서워하는 혹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듯이..뭐 그런거지"

위의 멘트정도가 채식주의자들의 마지노선이 아닐런지...제 글이 정답이란 말은 아니구요!!

그런 의미에서 질럿님 의견에 동감함. 다만, 사람이란 게 어떤식으로든 타인에게 뭔가를 강요하며 산다고 볼 때, 나를 채식주의자로 만들려는 한두번의 시도에 대해서는 관대(?)할 수 있을 듯.. 문제는 그게 지나칠 때지...
Commented by 험험 at 2009/05/29 16:00
신념을 남에게 강요하면 종교 맞죠. 그런데 이런 상황이 꼭 채식주의자->비채식주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경우는 아닙니다. 저는 거의 엉터리 채식주의자 인데,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부모님을 비롯한 친지들로부터 다양한 비과학적 주장들을 앞세워 신념의 포기를 수년간 강요받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제 친척들 역시 종교인들 이었다고 봐야겠죠. 이건 채식, 비채식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신념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의 문제로 보는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뭐 저도 떳떳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리고 식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냐에 대해서는 어떤 과학적 결론이나 결론에 근접한 설명도 없지만 고통 감지 능력은 학습 능력, 이동능력과 함께 존재하지 않으면 쓸모 없는 능력이기에 식물은 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가설이라고 칭하겠습니다)이 있습니다.
Commented by 질럿 at 2009/05/29 16:45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는 채식주의자에게 육식을 강요하지느 않구요. 단지 채식주의자가 '동물이 불쌍하므로 채식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저에게 강요한적이 있어서 이런 글을 쓴것입니다.

'험험'님 본인의 채식습관/신념을 잘 지켜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음... at 2009/11/04 17:24
존재 자체가 강요라고..
우선은 님도 결국에는 '왜?' 라는질문을 통해서 상대를 압박한 것은 아닌지요?

저 역시 채식주의자 지만
남들이 고기 먹는것에 대해 머라고 하지도 ㅇ않고, 또한 고기를 왜 먹어라고 물어보지도 않죠...
왜냐면 그것은 제 신념이고, 별로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왜'라고 물어봤을때
자기의 신념을 피력하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보고 오히려 우물쭈물 해버리는 것 자체가 이미 채식주의자들이 상대적으로 차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님은 잡식성인 사람한테도 왜 잡식하냐고 물어보시는지요??
Commented by 질럿 at 2009/11/06 04:17
채식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안물어봅니다만..
Commented by 채식30년 at 2016/09/28 09:45
채식이 종교라는 비약은 이해가 힘드네요.
채식 30년째인 제게 왜 고기 안 먹느냐고 물어보면 전 물어 봅니다.
너 개고기 먹느냐? 사람고기 먹느냐? 내겐 육식이 그런 느낌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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