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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기 - 영어책 읽는 속도

     본격적으로 지도교수를 택하고 연구/공부를 시작하면서 유학기가 뜸해진듯하다. 아마도 내가 연구/공부하는 주제 이외에 재미난 "유학생활" 이야기가 별로 없어진듯하다. 큼직큼직한 일화는 아니지만 다시금 영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한다. 외국어(영어)야말로 외국유학생활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영어책은 "연금술사 Alchemist"였다. 하지만 이전에 한글번역본으로 읽은 후에 군대에서 영어판을 읽은 것이었으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무효! 그리고 "진짜로" 영어로 읽은 첫 책은 "Sync"였다. (한글 번역본은 "동시성의 과학, 싱크"라는 젝목으로 출간됨) 2005년 6월 11일에 일반 지알이(GRE, 미국대학원에 지원하기 위한 기초 영어/산술 시험)를 치루고 광화문의 교보문고에 들러서 산 책이었다. 틈틈히 읽었던 경향도 있지만 정말이지 6개월은 걸렸던것 같다.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은 젊은 독신여성용 소설(Chick Lit.)인 "Shopaholic" 시리즈의 "Can you keep a secret?"이었다. 이 다음부터는 여러 책을 읽어서 기억을 못하겠다.

     지알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영어 독해를 많이 하게되긴 했지만, 처음 영어책을 읽을 때의 속도는 너무도 느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Sync"는 한 쪽을 읽는데 적어도 6분이상. 어찌보면 10분까지도 걸리지 않았었을까 싶다. 어느정도였냐하면 책을 "번역해서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때문에, 한글책을 읽을 때와 비교해서 너무 적은 양의 정보가 머리속에 들어와 답답할 지경이었다. (나는 한글책을 매우 빨리 읽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당연히 책을 많이 읽을 수록 읽는 속도는 빨라져갔다. 내가 꼽을 수 있는 대략적인 분수령은 2007년에 읽었던 영어 논픽션 "밴드오브브라더즈 Band of Brothers"였다. 물론 티비 미니시리즈를 모두 보아 배경지식이 풍부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재미있는 내용이라서인지 속도를 많이 낼 수 있었다.

     그 후, 위대한 개츠비 등 여러 영어책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나 항상 나를 괴롭힌 문제는 책을 읽는 속도였다. 종종 체육관에서 고정형 자전거를 타며 책을 읽고는 했었는데 이때에는 당연히 운동한 시간이 표시된다. 따라서 단위시간(30분 또는 1시간) 동안 읽은 쪽수를 쉽게 헤아리게되고, 1쪽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보게 되었다. 결과는 1쪽을 읽는데 6분정도 걸린다는 것이었다! 한글책의 경우에는 보통 2분이내가 걸린다고 생각할 때에 영어책은 3배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원래는 영어로 쓰여진 책은 영어로 읽겠다고 다짐했었던 내가 이런데에 낙담하여 번역본을 보게되기도 하였었다. 특히 작년에 리처드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을 읽다가 중간에 그만 두었을 때에는 간단히 말해 좌절이 극에 달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부의 기원 The origin of wealth"를 읽으면서 생각이 또 다시 바뀌었다. 일단 1쪽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5분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닳은 것이다. 게다가 영어책을 한글로 번역하면 책이 더 두꺼워진다는 사실도 갑자기 머리속에 떠올랐다. 구체적인 숫자를 들이대자면 다음과 같다. 3월 27일 금요일 저녁에 집근처의 와이엠씨에이 체육관에서 47분 23초 동안 이 책을 적어도 11쪽이상 읽었다. (실제 쪽수는 12쪽 이상이었지만 여백/그림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글자가 있는 부분만 가늠한 것임.) 이를 환산하면 4분 20초에 1쪽을 읽어내려한 것이다. 또한, 한국어 번역판은 총 812쪽이고 영어판은 527쪽임을 감안하면, 한국어판 1쪽과 같은 분량을 영어로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쪽당 2분 50초에 불과했다! 실제로 같은 책을 한글판으로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해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의 책을 한글로 읽는데 1쪽에 1분 이상은 걸리리라고 본다. 예전에 좌절했던 수치인 영어책이 3배의 시간을 요하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물론 이 책 "부의 기원"의 경우에는 내가 관심있어하는 경제학 이론을 다루고 게다가 비평형 물리학에 대한 개념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내가 이해하기 쉽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즉, "만들어진 신"의 경우에는 내가 익숙하지 않은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해가 더디었을 것이고, 지금 읽더라도 "부의 기원"만큼 빨리 읽어내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위안은 이런 철학적인 책은 한글로 읽어도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의 계산을 통해서 영어책을 읽는데 대하여 약간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어로된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걸리는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어를 외국어(또는 제2언어)로서 구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국어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한국어 책 읽는 속도는 "최고"를 지향하고 영어 책 읽는 속도는 영어원어민 평균 이상을 지향점으로 삼으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by 질럿 | 2009/03/29 04:26 | 유학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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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resario at 2009/09/13 10:35
책읽는 속도.. 그렇죠 ;ㅅ; 울먹울먹

저는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고 시간을 들여서 읽고 있습니다(....먼산)

아무래도 영어로 읽고, 머릿속에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그런것 같아요.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없이 이해할수 있게돼면 좀더 빨리 읽을수 있을것 같은데 말이죠 ㅠㅡㅠ

참. 요즘엔 시간이 단축되지 않아서 아예 소리내서 읽고 있습니다.
뭐. 한달에 한권씩 읽는게죠 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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