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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강요는 곧 폭력이다. (절대선은 없다.)

생각의 강요는 곧 폭력이다. (채식주의편)에 이어서 내가 평소에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생각을 강요당했던 일화에 바탕으로 쓴다. 내가 트랙백을 건 불기둥님 글에 나오는 '그렇게 봉사를하고 나서 봉사를 했다는 자랑을 하는 것은 굉장히 추하지 않나.'라는 부분에 심히 공감한다.

내가 학부 다닐때 있던 학생정치조직(NL계열, PD계열 등등등)을 보아도 그렇다. 그들이 말하는 민족해방(통일)이나 민중해방 모두 좋은 말이었다. 물론 나는 원칙적으로 남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하지만 공산주의가 아닌)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바라고 한국의 사회복지가 좀 더 강화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꼭 그들과 함께 '투쟁'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다니던 학교의 중앙도서관 앞에서 두 손과 두 발로 꼽을 수 있는 숫자의 '학생정치조직' 운동원들이 집회를 하면서 도서관을 향해서 (일부러) 확성기를 틀어놓고 이에 항의하는 학생은 통일을 방해하고 민중 해방을 방해하는 것으로 몰아부치던 그들은 학생 대부분을 '압제'하는 또다른 폭력집단이었을 뿐이다.

나는 원래 교내 대학원생 노조(교내에서 대학원생으로 수업 조교를 하거나 연구 조교를 하는 이들의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2006년 11월 즈음에 웨이번에 살던 시절, 내 집 앞에 와서 죽치고 기다리던 노조 가입 권유 '부대'의 강요에 못 이겨 가입했다. 당시 영어를 잘 못해서 거절도 잘 못했고 옆에 알버트가 '가입해 나쁘지 않아'이런식으로 양방에서 강요를 당했었다. 그듬해인 2007년 6월에 있었던 일이다. 대학원생 휴게실에서 기말고사 채점을 하고 있을때 대학원생 노조에서 나와서 잠시 후에 집회가 있으니까 나오라고 권유(라고 쓰고 강요라고 읽는다)했다. 같이 있던 친구 랜디는 그냥 차근차근 나간다는 식으로 넘겼지만, 이런 질문에 애매하게 답변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안 가!'라고 했다. 그러자 제대로된 강요가 시작되었다. 아주 잠깐(30분~1시간) 시간을 내는 것도 못하냐부터 시작해서 나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마치 내가 잘 못하는 것처럼 몰아갔다. 왜 그래야하지? 나는 물리학과 조교의 노동조건(노동 강도와 주당 20시간 노동시간의 준수여부)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는데 왜 내가 집회에 나가야하는 것이었을까? 노조에 가입한 것도 강제로 가입한 것이나 다름 없는데 말이다. 

이렇게 정치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선 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꼭 따라 주어야한 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착각도 이렇게 큰 착각이 있을 수 없다. 물론 그들의 의도는 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첫 번째로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가 선하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절대선은 없다. 단지 여러가지 선이 있으리라. 우리 개개인의 자원(시간, 노동력, 돈)은 한정되어 있기 떄문에 어떤 정치운동을 하는 사람(위의 경우는 대학원생 노조원)의 '목표'를 위해서 나의 자원을 할 수만은 없다. 나는 내가 추구해야할 선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시간을 좀 더 할애해서 나의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는 것을 내 조교활동의 목표로 해왔다. 노조활동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런데 저 노조원은 나에게 자신의 선을, 자신의 생각을 강요했다. 이는 곧 폭력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학교 교내에는 '자선단체'를 표방하면서 기부를 요구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최근에 종종 불쾌하게 기부를 강요당한적이 있다. 굶는 아이들을 위해서 기부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현금이 없다고 하면 바로 앞에 현금지급기(ATM)이 있으니까 출금해서 달라고 할 정도다. 내가 싫다고 하면, '이봐 겨우 10불인데 왜 그래? 10불만 기부하면 굶는 아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설득한다. 마치 내가 기부를 안해서 아이들이 굶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내가 기부하면 그만큼 빈민층의 아이들이 굶주림을 잠시나마 면할 수 있겠지. 하지만 저런식으로 듣는 사람(잠재적인 기부자)을 죄책감으로 몰아 넣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 생각의 강요는 폭력이다.

이렇게 다른 이들을 비판하는 글을 쓰다보면 항상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내가 위에서 분개했던것 처럼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한 적이 없을까?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일단 절대선이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며 이러한 보이지 않는 폭력을 내 자신으로부터 제거해나가야겠다.

by 질럿 | 2009/09/21 14:42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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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장 at 2009/09/24 11:20
사실 절대선의 존재여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설사 절대선이라고 해도 그걸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폭력이 된다는 사실은 자명하지요.

한국사람들의 경우 대화하는 방법이나 타인의 마음을 돌리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뭐 외국도 질럿님 말씀대로 지나친 행동을 하는 경우들이야 사람 사는 곳이니 있겠습니다만, 한국은 특히 심하니까요. 일찌기 포스코의 금연운동(이라고 쓰고 강요라고 읽습니다)도 그렇고... 군대식 사회문화와 한줄세우기식 교육의 폐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강요해도 되고, 폭력을 써도 되니, 타인에게 폭력적으로 간섭하는 것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만능주의.
Commented by 질럿 at 2009/10/14 02:14
조금씩 바뀌어가지 않을까요? 요즘은 어찌보면 군대보다 사회가 더 '군대스러운' 경향이 있어서 말이지요;
Commented by skystar at 2009/10/12 17:24
이건 약간은 off-topic 인데요 ㅋ
음.. 비슷한 문제들에 관해.. 저도 한때 심취했었죠
선 혹은 악, 정의.. 같은 것들 말이죠..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워지고 ... 점점 성격이 요상해지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따르면 되는거 아니냐 .. 그런 생각입니다. (현재는)
어떤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하느냐 마느냐는 상황에 따라 너무 달라서.. 정의하기가 너무 힘든 것 같아요.
p.s. 설대 나오신거 같던대 맞나요? 저는 잠깐 다녔는데, 전체적으로 대학 분위기가 정치적인 게 있다보니 정치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Commented by 질럿 at 2009/10/14 02:14
다 대략 맞는 말씀(ps포함)입니다. 정치색이 심한 대학에서도 공부만 하는 사람은 공부만하고, 색이 옅은 대학에서도 정치/사회 활동하는 사람은 하겠지만 학풍이라는 것은 무시하기 힘들듯합니다. 하늘별님이 다니시는 학교에서 제가 공부했으면 지금은 조금 다른 제가 되어 있었겠지요 ^^;

선/악을 정의한다기보다는 강요받는 것이 싫다는 의미로 쓴 것이었어요. 사실 저는 포스팅을 싸이월드에도 전제하는데 제 친구가 '지금까지 얼마나 강요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살다보면 그런일이 많다'고주장하더군요;; 그 친구는 회사 생활을 오래해서 이래저래 힘들고 복잡한 일이 많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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