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27일
자원전쟁 - Der neue Kalte Krieg(새로운 냉전)
독일의 시사지 슈피겔(Spiegel)의 기자인 폴라트(Follath)와 융(Jung)이 21세기에 자원의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이 치르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 쓴 책이다. 한국어판 제목은 '자원전쟁'이지만 독일어 제목은 '새로운 냉전'이라고 되어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중요한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크게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과 이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 중국의 자원 확보 경쟁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대체에너지원(풍력, 태양광, 지열 등 기타 재생에너지와 수소, 에탄올, 석탄과 같은 비석유 지원)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는 있으나 '액체'상태로 되어있어서 보관과 수송, 주유 등이 쉽고, 에탄올 등에 비해서 단위 부피당 높은 열량을 낸다는 점에 있어서 석유의 시대는 석유가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계속될 듯하다.
안타깝게도 석유나 천연가스가 매장된 대부분의 나라는 정치가 불안정하다. 혹은 정국이 안정되어 있다고해도 민주화되지 않은 정부가 들어서 있는 관계로 석유 채굴시설에 서방의 기업들이 투자를 해도 해당지역의 독재정권에게 애써 투자한 설비를 고스란히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이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은 많으나 기술외적인 문제로 서방측에서 볼 때에는 수급이 불안정한 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 있어서 중국은 '서방 세계'에 속하지 않는 이점을 살려서 이와 같은 산유국에 재빠르게 접근하는 자원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독일을 위시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자원 수입국으로서 간주된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빠져있다. 물론 딱 한번 언급은 된다. 호주의 철광석과 관련해서 일본-한국-중국이 순서대로 산업화를 이루면서 호주의 철광석을 수입해주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이 책은 2006년에 쓰여졌는데 곳곳에서 이미 석유를 위시한 원자재 가격의 폭등을 예견하고 있어서 매우 놀라웠다. 특히 짐 로져스와의 인터뷰 부분에서는 짐 로져스의 혜안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1998년 모두들 인터넷 기업의 거품에 빠져있을 때에 천연자원 펀드를 설립했고 책이 쓰여진 당시인 2006년에 이미 상당한 수익을 냈다고한다. 단순히 투자하고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각 상품에 묻어있는 거품이 어느정도인지도 냉철하게 평가하는듯 하다. 지난 여름에 어머니가 이곳에 오셨을때 한국에서부터 모아온 신문 스크랩에 짐 로져스의 방한 인터뷰를 보았을 때에도 느낀것이지만, 지나고서 평가해보는 짐 로져스의 통찰력은 너무도 대단하다. 이러한 통찰력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3부 '자원생산자들'이라는 부분에서는 호주, 러시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카타르 등 전통적인 석유 공급자(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이라크)를 제외한 나라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다. 아무래도 나의 지식이 취약한 부분인지라 생소하면서도 재미를 느꼈다. 1부 중 '자원의 저주' 글꼭지는 왜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 산업이 오히려 낙후되고 일반 국민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간단히 말하면 천연자원의 수출만으로도 상당한 부를 거머쥘 수 있기때문에 산업 시설에 투자하지 않게 되고, 이러한 '쉽게 번 돈'으로 통치자는 더 부패하고 권위적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스페인이 남미에서 들어온 막대한 양의 귀금속(주로 은, 금) 때문에 통화가 팽창해서 물가만 오르고 딱히 산업이 발달하지도 못했던 사례도 이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겠다. 최근 읽고 있는 (오랜기간에 걸쳐 읽었지만 영어 책인지라 완독은 아직 요원한) '부의기원(The Origin of Wealth)'에서도 천연자원이나 기술력이 아닌 사회조직(Social Technology)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했다. 역시 중요한 것은 조직을 움직이는 시스템이라고 본다. 일단 이런 견지에서 한국은 자원이 없어서 축복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
책의 후반부에서는 설탕, 커피콩, 물과 같이 연료나 광물 원자재 외의 다른 자원에 대해서도 짤막히 설명하고, 바이오매스(에탄올 등), 샌드오일 등과 같은 대체 에너지원에 대해서도 간략히 둘러보면서 책을 끝마치고 있다. 책이 평이하게 쓰여있어서 1주일만에 운동하면서 틈틈히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쉽사리 세계의 자원 시장에 대해서 통찰력을 좀 더 기르게 되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 by | 2009/09/27 04:49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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