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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동차 타이어 갈기 그리고 보호무역

2006년 8월 말에 미국에 들어온후 9월에 나의 첫 차 싸이언 tC를 산 이후에 처음으로 자동차 타이어를 갈아줬다. 로스 앤젤러스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도중에 놀러다닐때 차를 타고는 했으나 학교 등하교시에는 별로 운전하지 않았기에 차를 산지 7년 - 3만 1천 마일(약 5만 킬로미터)를 운행한 후 타이어를 교체한 것이다. 타이어를 교체하려고 토요타 디럴샵 홈페이지에서 주문/예약하는데 저렴한 4계절용 타이어가 있었다. 바로 한국 타이어! 프로야구단 스폰서로도 유명한 넥센타이어도 있었으나 3계절용(겨울에는 사용할 수 없음)인지라 한국타이러를 주문하기로 했다. 주문을 받는 서비스파트 직원이 한국타이어도 좋지만 그래도 좀 더 신뢰 가는 잘 알려진 브랜드 제품(=더 비쌈)을 이용할 것을 권하기에, 나는 한국에서 와서 한국타이어에 신뢰가 깊다고 주장하며 한국타이어를 사기로 했다. 여기서 재미있었던 것은 영어로 한국타이어를 '행쿡 타이어'에 가깝게 발음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듣기에는 한국보다는 존 행칵(John Hancock)의 행칵에 가까운 발음이었다.

이렇게 한국/넥센 타이어가 미국 동부에서도 잘 팔리고 있는 것을 보니 한결 자랑스럽기도 했다. 게다가 바로 얼마전에 들었던 플레닛 머니에서 방송된 미국의 타이어에 대한 수입관세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팓캐스트는 여기) 요즈음에는 미국 국내의 타이어 가격이 만만찮게 올랐다고 한다. 이유는 고무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보호 관세 때문이라고 한다. 타이어 가격이 얼마나 올랐지 타이어를 사지 못하고 '렌트'하는 경우(팥캐스트)도 있을 정도란다. 4바퀴의 경우에 400~500 불이나 되는 타이어 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월 30불에 타이어를 렌트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중국산 타이어에 보호관세가 붙기 시작한 것은 5년전이라고 한다. 2008년 경제위기가 시작될 즈음에 치뤄진 미국 대통령 선거 때에 미국 타이어 산업에 대한 보호 - 나아가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주장이 나왔고 실제로 미국 타이어 산업은 고용 증대를 이뤄냈다. 그 숫자는? 1200명... 이로 인해 미국 전체적으로 치룬 비용은 10억불가량이라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따른 수치이다. 1200명을 위한 10억불 지출? 1개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80만불이 소요된 것이다. 게다가 중국산 타이어의 수입을 막으니 그 다음으로 싸고 품질이 좋은 한국산 타이어가 미국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미국으로서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할 텐데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얼마전에 읽은 책 "Logic of life"(교보문고 연결고리, 아마존 연결고리)에서도 본적이 있다. 바로 사탕수수 산업에 대한 미국의 보호 관세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소비자들은 연평균 6불정도를 더 지출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것은 사탕수수, 사탕무를 재배하는 농장의 "농장주" 일부라고 한다. 보호관세로 인해 사탕수수는 3억불, 사탕무는 6억 5천만불 정도의 이익을 보고 있다고 한다. 관련 종사자(농장 노동자)는 5만명 정도로 이들이 보호관세로 인한 이익을 고르게 나눠갖을 경우 1인당 2만불이다. 하지만 이 돈은 농장주들이 더 많이 가져간다. 게임이론적으로 보면 이러한 현상 -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돈을 잃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의 일개 소비자인 나는 미국의 설탕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를 철폐하기 위해서 1년에 6불이상 지출할 이유가 없다. 이 이상 지출해봤자, 원래 보호관세로 인해 손해보는 금액인 6불을 초과하기에 이득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설탕산업에서 돈을 버는 농장주, 기업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내가 지출할 수 있는 6불보다 훨씬 많이 지출해서 로비와 캠페인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내 일자리를 보존한다는 훌륭한 정치적인 명분도 있고 말이다. 

자동차와 관련되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미국 사람들은 왜 픽업트럭, 밴과 같은 큰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일까? 미국의 땅덩이 크기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트럭에 보호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유럽과 양계업 관련무역분쟁에 대한 보복조치로 당시 주로 독일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던 트럭에 25%의 관세(미국 기준으로는 매우 높은 것임)를 매겼고 이로 인해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는 보호무역으로 경쟁력이 유지되는 트럭 등 대형 차종만 생산하게 된 일화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순명대제님의 글 참조)

이러한 예를 살펴보면 보호관세는 잘 못된 것인가? 모든 보호관세를 철폐해야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모든" 보호관세가 잘 못된 것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2000년대에 유행했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말이 있다.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저서(교보, 아마존)로 널리 퍼진 말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원래 19세기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고 한다.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잘 알려진 교활한 방법이다. …… 보호 관세와 항해 규제를 통해 다른 국가들이 감히 경쟁에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산업과 운송업을 발전시킨 국가의 입장에서는 정작 자신이 딛고 올라온 사다리(정책,제도)는 치워 버리고 다른 국가들에게는 자유 무역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고 …… 참회하는 어조로 선언하는 것보다 현명한 일을 없을 것이다.

여기서 사다리 걷어차기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어떤 때에 보호관세가 필요한지 이야기하고 싶다. 해당 산업이 처음 발전하는 시기(유치기)에 보호관세를 통해서 해당 산업을 보호해서 성장시키는 것이 필여하다고 본다. 타이어와 사탕수수 그리고 트럭의 경우에는 해당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어있는 것은 사실이나 유치기라기보다는 쇠퇴기에 가까웠다. 이 경우에는 단순한 보호 관세 보다는 해당 산업을 구조조정하거나 기술적인 혁신을 유도해서 경쟁력을 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보호관세는 이를 통해 해당산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여 국제적으로 경쟁의 우위를 보일 수 있을때에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보호관세를 통해 보호받는 동안 있었던 비경제성(비싼 타이어, 설탕 가격)은 상쇄할 만한 경제적 이점(해당 산업이 발전하여 고용을 증대시키는 것)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by 질럿 | 2013/10/13 13:05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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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글루관리하는놈에게 at 2013/10/13 13:48
그거 2am인가 2pm인가서 놀던 기범이가 주종목인데....ㅋㅋㅋㅋㅋ. 반도서는 졸라 나대지만, 양키 나라서는 그저 타이어 갈기 선수란.....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xwings at 2013/10/13 16:21
좋은 글입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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