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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에게 수학/과학 이론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한다는 신화에 대한 반박

http://bit.ly/1HsC4vW

위에 링크된 동아사이언스의 기사를 보면 "양자역학"이라는 용어를 빌어서 일종의 사기를 치고 있는 의학기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 기사를 인용하면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수학이나 이론 물리학을 수식 없이 설명하는 것이 이러한 설명을 듣는 비전공자들에게 오개념을 심어줄 수있다고 경계하는 글을 보고서 느낀바가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해당 페이스북 글에서는 한국의 기자가 프랑스의 수학자에게 연구 내용을 "쉽게 설명해달라고" 부탁하다가 쉽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거절 당했고, 이 기자는 재삼 요청했다가 번번히 면박당했다는 일화를 들고 있다. 이에 "최신 과학 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화(myth)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진리로 받아드리는 경향이 있다. 이 때에 "설명"의 맥락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어린 아이에게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라는 논지를 폈기에 많은 이들이 한 분야의 석학이라면 초등학생 혹은 적어도 비전공자에게 쉽게 설명할 능력이 있어야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쉽게 설명하는 것"이란 한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다른 과학자가 이해할 정도로 설명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비전공자 나아가 초등학생에게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과학 해설가"의 몫이지 "과학자"의 몫은 아니다. 물론 과학자가 과학 해설가를 겸할 수 있고, 위에서 예로든 리처드 파인만은 뛰어난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과학 해설가였다. 하지만 모든 과학 해설가가 과학자인 것도 아니고 모든 과학자가 과학 해설가인 것은 아니다. 리처드 파인만만큼이나 물리학에 위대한 공헌을한 다른 물리학자들 중에 "해설가"의 능력이 0에 가까운 석학도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설은 둘째치고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동료 과학자에게조차 설명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만만치 않게 있을정도이다.

뿐만아니라 리처드 파인만의 물리학에 대한 아주 쉬운 설명 역시 "제대로된 설명"이 아니다. 이 "쉬운 설명"을 들은 사람들이 "이해했다고 착각"하게 해주었을뿐이다. 한국의 과학기자들이 석학들에게 본인이 연구하는 수학이나 이론물리학의 연구내용을 비전공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달라고 재차 부탁하다가 거절 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는 비전공자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된다고 잘 못 생각하는 "신화"때문인 것 같다. 첨단 연구분야를 쉽게 알려줄 수 있다면 더이상 첨단 연구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진 다음 과학 해설가들과 과학자들이 협업하여 "쉬운 설명"을 도출하고 이를 통해 비전공자가 "이해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자 도덕경을 이용하자면 "도가도 비가도, 명가도 비상명"이라고나 할까...

by 질럿 | 2015/07/01 02:22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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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레이오트 at 2015/07/01 09:25
갑자기 빅뱅이론에서 쉘던이 페니에게 물리학을 가르치는 에피소드가 생각나는 군요.
Commented by 풍신 at 2015/07/01 09:53
천재라고 생각하는 선배가 2시간 짜리 세미나에서 프레젠테이터가 횡설수설해서 그래서 결국 뭘 하고 싶었는지 모르게 되어서 밖에 나왔는데 그 2시간 짜리 카오스를 단지 2분 동안 설명한 적은 있지만, 그걸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문제와 정의들 대부분을 알기 때문이었죠. (물리는 그나마 났지만, 수학의 경우 박사 학위 논문 같은 경우 문제를 알아듣거나 그게 왜 문제인지를 깨닳기 위해 몇주를 공부해야 할 경우도...)

개인적으로 문과 사람이 양자 역학이나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경우 어지간해선 바보 같은 소리를 하거나 삼천포로 빠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전혀 그게 아닌데 아는 척 딴 소리를 할 경우 배잡고 뒹굴 수 밖에 없죠.
Commented by 글쎄요 at 2015/07/01 10:10
그렇지만 과학연구에 필요한 돈을 대는 것은 실제로는 해당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정책결정자들이나 기업의 경영인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이른바 첨단 연구라는 것이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돈을 대는 쪽에서 그러한 연구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 않을까요? 최소한 물주들에게 그 연구의 가치를 이해시킬 정도의 설명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물주들도 바보가 아닌데 "이거 하면 좋은거임 ㅇㅇ" <- 이런 말만 듣고 선뜻 주머니를 열지..
Commented by 글쎄요 at 2015/07/01 10:13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인 이상 그 '물주들'의 정점에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이나 기업의 주주들이 있습니다. 설령 어찌어찌 정치인들이야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니 설득시킨다손 치더라도 대다수의 국민들이나 주주들이 "저딴일에 돈 왜 그렇게 쳐박음?" <-이러면 대형 연구 프로젝트 따위는 한방에 엎어질 수도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글쎄요 at 2015/07/01 10:17
저도 저급한 설명으로 '사회진화론'과 같은 끔찍한 과학에 대한 오해를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비 전공자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양자역학이니 진화론이니 하고 떠드는 것도 꼴보기 싫고요. 그러나 남의 돈으로 연구를 하고프다면 적어도 돈 대는 사람들의 양해 정도는 구해야, 그러니까 그들에게 연구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과학자들이 "이건 인류를 위해 좋은거임 ㅇㅇ 그러니까 닥치고 돈이나 내셔.." 이러는 것도 좀 아닌 것 같네요. 물론 글쓴이가 그런 주장을 했다는건 아닙니다만..
Commented by 그게 at 2015/07/01 10:48
연구의 가치를 물주들에게 설명하는 것과 초등학생에게 자신의 연구를 쉽게 설명해내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둘은 서로 다른 영역의 일입니다.
Commented by bw at 2015/07/01 11:36
글쎄요/ 특히 자연과학의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정책결정자들에 의한 돈이 근본이 됩니다. 그리고 공학에 비해 더 뜬구름 잡는 소릴하죠..

이런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가치있는 연구라고 평가받는건 사실 그 바닥에 있는 다른 연구자들이 궁금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입니다. 이러다보니 당연히 실제 그 바닥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그걸 왜 궁금해 하는지조차 이해하기 쉽지 않죠. 게다가, 실적 평가라는게 결국 논문으로 되게 되는데, 논문의 평가는 물주들이 해주는게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이 해주는 것이고요.

이런 환경자체가 일반인들과 과학자 집단 사이의 괴리를 만들어 낸건 사실이지만, 어떤부분에서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떤 연구든간에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선행연구의 선행연구... 이런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만한 질문에서 시작한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역사가 길어지면 처음의 질문에서부터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되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게 되는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제가 오랜만에 디아블로3를 하려고 인벤에 갔었는데 글들이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여러 약어들이나 기본전제들을 모르니까요..)

게다가... 이 연구가 역사적 맥락에서 어떤 중요성이 있는지는 사실 연구를 해낸 당사자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게 인류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냐? 라고 물어봤을때 대답하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애초에 그런걸 목적으로 연구하는게 불가능 하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일반인들이나 정책결정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만한 연구만 하는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란 생각이 들고말이죠.. 일반인들이나 결정자들도 이해가 안되어서 답답하겠지만, 사실 연구자들도 꽤나 답답해 합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시킬수도 없고 말이죠; "인류를 위해 좋으니 닥치고 돈내!" 라기 보단 "어...음...어...중요한거 같으니 돈좀 주세요.."라는 느낌일까요..이해시키고 싶은데 설명할 수 없는...그런...
Commented by 새매 at 2015/07/01 11:41
보통 연구의 가치는 물주들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전공자들이 포함된 평가위원회에서 이루어집니다. 당연히 "이거하면 좋은거임 ㅋㅋ" 이렇게 설득하지 않고, 정책결정자들도 자신이 전문성을 갖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함부로 판단하면 안됩니다. 따라서 연구결과에 대한 평가와 이를 대중에게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것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습니다.
Commented by 유빛 at 2015/07/01 17:10
문제의 복잡도에 따라 설명 가능한 수준이 결정되는게 당연한거겠죠. 모둔게 비전공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가능하다면 도대체 전공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Commented by Hypervalence at 2015/07/01 17:57
해당 분야에서 가장 능력도 뛰어나고 열정도 있는 사람들이 박사학위 취득까지만 따져도 십여 년을 공부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를 기사 한두 개 읽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죠. 아무리 국민이 세금을 대네 어쩌네 해도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소위 대중들을 위한 쉬운 설명이라는 건 말씀하신 대로 설명해주는 '척'만 하는 수준이고요. 쉽게 설명해달라는 요구는 어린이 떼쓰기에 해당하고, 그거에 따라 주어지는 '설명'은 공갈 젖꼭지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채널 2nd™ at 2015/07/01 23:24
뭐라고 하든 '연구'에 들어가는 돈은 죄다 눈 먼 돈인 것을 확실합니다.

로켓을 쏜다고 해도, 전파 망원경을 만든다고 해도, 입자 가속기를 만들고, 무슨 특수 잠수함을 만들고 ... 그래서요..?? <-- 그 시간에 나도 '총' 들고 전방에서 구르고 싶었다구요..!!! ;;;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그 수준이 파급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 역사적으로 봤을 때 신기한 것은 ... 뉴턴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이 말은 사실상 동시간대로 퍼져 나갔다는 것을 안다면 ㅎㅎ ;;;

((연구쟁이들이 지들이 귀찮아서 뭔가를 숨기고 있거나,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게(?) 뭔가를 해치워야 하는 일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Commented by 글쎄요 at 2015/07/02 09:34
이거 본의 아니게 어그로를 끄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글쎄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애시당초 연구의 물주라는 자들은 진리탐구가 아닌 자기네들의 이익을 위해 연구에 돈을 댑니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먼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그게 특히 심한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하여간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연구만을 선호하는 풍토가 그 때문입니다. 대학원에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천박한 풍조를 몸으로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실용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편향되기 쉬운 물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연구의 유용성을 외부에 꾸준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이가 울어야 떡이라도 하나 더 주지 않겠습니까. 물론 댓글에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연구비의 지출은 실제로는 전공자가 포함된 전문 위원회가 결정하지만, 그럼에도 사회 분위기 자체가 기초연구의 필요성을 이해하는지의 여부가 펀딩에 대한 긍정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펀딩을 설득하는 수단이 꼭 과학의 대중화에만 있는건 아니지만, 하여간에 그것이 한 방법일 수는 있지 않을까요.

저도 이상적으로는 사회는 돈만 대고, 연구는 연구자들이 알아서 하는게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구를 마치 돈벌기 위한 수단 정도로 착각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비록 조금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돈을 대는 물주 및 물주에게 압력을 가하는 대중들에게 자신들이 하는 연구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담인데, 그래도 전문적인 연구에 조금이라도 관심 가지는 것에 대해 "어린아이의 떼쓰기"라고 비하하는건 좀 지나치지 않을까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우리가 아는 '교양'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이 만들어낸 '공갈 젖꼭지'에 불과한거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어려운 학문이 자연과학만 있는게 아니잖습니까. 누워서 침뱉기식의 표현은 보기에 좀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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