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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세바의 "에너지 혁명 2030" - 미래 예측에 대한 평가 그리고 에너지 전환기

토니 세바의 "에너지 혁명 2030"을 읽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에너지, 자동차 ,경영학 쪽을 가르치고 있다는데 대략 기술경영에 관련된 강의를 하는 것 같다. 역자는 이래저래 말만은 박영숙(이름을 잘 지은 '유엔미래포럼' 대표.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제연합UN과는 아무 관계 없는 곳임)이지만, 내용은 한 번 훑어볼만하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태양광 발전과 전기저장장치(ESS)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은 2014년 기준 이미 경제성이 있고, 2020년 전후가 되면 태양광/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은 기존의 에너지 산업(발전소, 석유/천연가스 관련)을 이른바 '창조적 파괴'할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 겸 주장이다. 태양광과 더불어 소개하는 것은 전기자동차(정확히는 배터리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인데, 이 두 가지 기술로 인해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대체되고 자율주행으로 인해 차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전통적인 자동차 완성차 업체가 앞으로 고전할 것이라는 예측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전체 400여쪽에 달하는 나름 두꺼운 책이지만, 줄간/자간이 넉넉하고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바람에 읽는데 별로 시간이 들지는 않았다. 토니 세바가 블로그에 쓴 글 혹은 짧은 기고문을 모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태양광 부분에서 나왔던 내용이 전기차 부분에서 나오고, 다시 석유 업계의 종말과 관련된 부분에서 또 나온다. 다시 말해, 책의 '정보밀도'가 매우 낮다. 보통 수준 있는 책의100쪽 짜리도 안되는 내용이기는 하다. 사실 2014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아주 시의 적절하고 배우는 것이 많았겠지만 여기저기서 이미 들었던 내용을 다시 보다보니 조금 김새는 것 같다. 그래도 크게 건진 것은 용융염 태양광 발전에서 액체상태의 '소금'에 열을 저장하는 기술에 대해서 좀 알게 된 것과 아래에 기술할 토니 세바의 2014년 기준 예측 대비 그 후 4-5년간의 실제 변화 사이의 관계, 이 두 가지이다.

토니 세바가 생각하는 에너지 혁명의 3가지 요소 - 태양광 / 리튬 배터리 / 자율주행-배터리전기차 이외에도 앞서 언급한 자율주행차도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이들 요소의 지수함수적인 성장을 설명하고 앞을 내다보기 위해서 나오는 예시는 크게 3가지다. 태양전지의 가격하락은 1976년 와트 당 76.67불에 비해 2012년 와트당 0.36불이되었으니 성능향상(혹은 가격하락)이 지수함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발전시켜서 토니세바는 리튬 배터리와 라이다(LIDAR, 레이저를 이용한 거리측정기로 자율주행차 구현에 필수적인 부품) 가격의 하락 추세와 미래 예측을 포함하고 있다.


나름 예측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로서는 이렇게 '과거에 한 미래 예측'을 보면 꼭 확인해보고 싶어진다. 원래 누군가 미래 예측을 하면 항상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보고는 하는데, 과거에 한 미래 예측이니까 바로바로 팩트 체크가 가능하니 얼마나 좋은 소스인가~!

2017년 7월 5일의 블룸버그에서 발표한 "리튬 이온 배터리 비용과 시장"이라는 자료를 보면 2016년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은 kWh당 273불로 토니 세바가 제시한 예측값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좀 더 최근 2019년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2018년 사이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 추이는 다음과 같다.
역시나 2018년의 배터리 가격은 토니세바가 2014년에 예측한 값보다 현저히 낮다. 반면 라이다 가격은 2019년 3월에 (구글이 인수한) 웨이모에서 한 세트에 7천5백불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는 토니 세바의 예측치보다 현저하게 높은 가격이다.

다시 말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은 2014년의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향상되었고 라이다(자율주행차 부품)의 성능은 예측에 비해 천천히 발전하고 있다. 이를 보면 자율주행차 보다 배터리 전기차의 보급이 훨씬 빠를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전기차에 비해서 자율주행차는 각국 정부의 규제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기 떄문에 확산이 더 느릴 것 같다. "그러면 수소전기차는요?" 라고 하겠지만 토니 세바는 딱히 수소전기차를 다루고 있지 않다. 이는 권순우 기자가 쓴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를 참조하면 된다.

그 외에는 토니 세바의 전체적인 에너지 산업에 대한 조망이 담겨 있다. 원자력 발전은 폐기물과 해체 비용 때문에 너무 비싸고, 석유와 천연가스는 2014년에 이미 태양광에 대한 비교우위를 상실했으며, 석탄과 같은 '열등한 에너지원'은 당연히 폐기 되어야 된다고 한다. 바이오매스와 같은 재생에너지의 경우에는 태양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축적하며(식물의 태양에너지 전환율은 0.3%인 반면 태양전지는 10%이상을 전환할 수 있음), 바이오 디젤의 경우 너무 많은 담수(물)를 소비한다고 지적한다. 이원복의 "먼 나라 이웃 나라"에 나오는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이니' 부분이 생각나는 흐름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어느정도 동의한다. 풍력 발전에 대해서는 길게 다루고 있지 않지만 태양광과 함께 미래의 에너지 구조 개편을 주도할 에너지원으로 꼽고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 의견으로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에 대한 나의 뇌내망상적 제안은 다음과 같다. 크게 에너지 자립형과 효율형이 있는데 자립형은 에너지원의 수입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효율형은 에너지 소비 가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 에너지 자립형 >
a.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 근거리는 송전하고 장거리는 수소를 생산하여 운송
b. 채산성이 떨어지더라도 한국 국내의 석탄 탄광을 재가동하여 석탄 화력 발전을 실시. 대기오염을 고려하여 동해안에 발전소를 건설함.
c. 고속증식로를 기반으로하는 원자력 발전소 연구 및 건설. 이를 통해 핵연료를 어느정도 자립할 수 있음.
d. 핵융합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 에너지 소비효율형 >
a.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은 자립형과 같음.
b. 석탄화력발전은 폐쇄하고 천연가스발전소로 전환하거나 석탄화력발전소를 ESS로 전환.
c. 원자력 발전은 자립형과 같음.
d. 핵융합 연구는 자립형보다 우선순위가 낮음.
e. 해외에서 발전용 수소를 구매(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도 중인 암모니아로 수소를 운송/판매하려는 시도)
f. 동북아수퍼그리드와 같이 한국의 인접국과 전기를 사고파는 시스템 구축. 서일본의 경우 교류 주파수가 60Hz로 한국과 동일하여 전력체계를 통합 할 수 있음.


by 질럿 | 2019/08/31 22:18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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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BisCO at 2019/09/02 14:58
내용의 태반이 Bullshit 인게 배터리의 단가는 예상 이상으로 더 빠르게 내려갔음에도 여전히 전기차로 흑자를 내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여전히 비싼데 겨우 2014년으로요...?? 태양광패널 역시 마찬가지로 패널값이 엄청나게 내려갔음에도 환경정치꾼들이 어거지로 창작해서 가져다 붙여대는 "Something Invisible"들을 떼고 나면 여전히 생산단가가 기존의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대비 생산성이 쓰레기 같을 정도로 낮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살인적인 에너지요금의 가장 큰 원인. 전기차로의 세대전환 같은 변화는 지지하는 입장입니다만 솔직히 과도할 정도의 낭만주의와 낙관주의로 떡칠을 해놓은 수준입니다.
Commented by 질럿 at 2019/09/07 09:30
예 맞는 말씀입니다. 약간 '사짜'느낌이 나는 분인데요. 읽은게 아까워서 배터리랑 라이다 가격 추이를 비교해봤습니다 ㅠㅠ

그래도 기술 발전은 자율주행(라이다)보다는 배터리전기차(리튬이온전지)가 빠른것 같긴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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