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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토너먼트식 보상 체계를 뛰어 넘는 방법? (아이돌 연습생들끼리 계를 든다면?)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연예인 지망생, 한국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아이돌 연습생들은 토너먼트식 보상 체계를 따른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탈락자들은 보상이 없지만, 토너먼트를 끝까지 올라간, 성공한 아이돌들은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승자독식 구조 때문에 중도 탈락한 연습생들이 경제적으로 빈곤해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타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이돌 연습생들끼리 일종의 보험 혹은 계를 만들어서 성공한 이들이 번돈의 일부를 출원하여 계원들에게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pooling risk) 할 수 있다. 이를 토너먼트 보상 체계 탈락자를 위험 보험, 줄여서 '토너먼트 보험'이라고 하자. 이는 결코 뜬금 없는 이야기가 아닌데, 자동차 사고 보험이나 화재 보험 같이 소수의 리스크(사고를 당하는 소수)를 다수에게 배분하는 방식과 비슷한 것이다. 물론, 손해를 나누어 갖는 손해 보험과 이익을 나누어 갖는 토너먼트 보험은 조금 달라 보일 수 있지만, (다수의) 리스크를 다수에게 배분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멀리 갈 것 아니라, 주변의 지인들과 복권을 살 때 둘이서 각자가 복권을 사고서는 당첨금을 수령하게 되면 30%정도 개평으로 당첨되지 않은 상대방에게 나눠주기로 약속한 적이 있다면, '토너먼트 보험' 계약을 한 것이다.

토너먼트 보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학계도 있을 수 있다. 특정 학문의 전문 연구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이들 중에 해당 분야의 전업(full-time) 연구자가 되는 경우는 10%가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연구 결과는 증여의 대상이 될 수 없어서 물리학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부 1년차들이 10년 후 전문 연구자가 되면 연구 결과(논문)의 크레딧을 공유하자는 계약을 맺기 어렵고 학계에서 그런 계약을 인정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예로 든 아이돌 연습생 이외에 어떤 경우가 있을까? 바로, 프로 스포츠 선수이다! 그 중에서도 최정상에 오르면 천문학적인 금전 보상이 따라오는 미국의 프로 리그!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은 55만 달러의 최저 연봉을 받지만, 바로 아래 등급인 트리플A 마이너리그 야구 선수들만해도 평균 9만 달러 밖에 받지 못하고 하위 리그로 내려갈 수록 경비(식비, 장비값 등)도 안 되는 연봉을 받는다. 메이저리그를 꿈의 리그라고 부르는 것은 이 메이저리그를 꿈꾸며 마이너리그에서 사그라지는 야구 유망주들을 기리는 말이 아닐까한다. 여튼,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선발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뽑히는 유망주들은 평생 기대수익이 450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양극화가 심해서 1라운드에 뽑힌 신인 선수들 중에 50%정도는 900만 달러를 벌 것이고 나머지 50%는 거의 돈을 못 벌고 야구계를 떠나게 된다.

이러한 불확실성, 다시 말해 리스크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슷한 수준의 신인 선수들끼리 모여서 수익을 나누는 계약을 하는 것이다. 수익을 나눈다는 표현이 보험의 정의와 배치 된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다르게 표현 할 수 있다. 450만 달러라는 평균 수익액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하는 신인 선수들은 -450만 달러라는 '손해'를 입게 된다. 이에 손해 보지 않은 이들이 보험료를 걷어서 손해 본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재정의하면 보험의 일반적인 현금 흐름과 일치하게 된다.

NPR의 플래닛머니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신인 선수들 사이의 보험 계약이 태동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같이 계약을 한 신인 선수 한 무리가 '모든 연봉'을 나누어 갖는 것은 아니고 일정 금액 이상의 연봉을 받을 경우에 그 중 일부를 공유하도록 계약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공산주의의 문제점과 같이 동기부여가 없이 모두가 다른 이들의 연봉을 받으려고 할 테니까 말이다.

https://www.npr.org/2019/10/25/773532516/some-baseball-players-are-entering-income-pooling-agreements-to-fix-imbalance

이러한 토너먼트 보험은 성공한 이들의 소득을 그냥 나누어주는 일반적인 복지처럼 보이지만, 몇 가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계효용감소'를 고려하는 것이다. 10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는 900만 달러를 받을 경우와 비교하여 만족도(utility)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토너먼트 보험의 수혜자가 되는 다른 N명, 10명이라고 하더라고 10만 달러를 받는 가난한 운동 선수들은 개개인이 받는 10만 달러가 주는 만족도, 혹은 효용(utility)이 스타 플레이어의 100만 달러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토너먼트 보험 계약을 통해서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음에도 경제적인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할 수 있는 유망 신인들이 더 노력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더 많은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하고, 나아가 야구가 발전하여 공동체 전체의 효용이 증가 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 말고 또 어떤 방식으로 토너먼트 보험을 만들 수 있을까? 한국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토너먼트 보험은 무엇일까? JYP, YG, SM의 '데뷔조' 연습생들이 모여서 토너먼트 보험을 드는 것은 어떨까?

by 질럿 | 2019/11/05 00:05 | 세상의 재미난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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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onnet at 2019/11/05 12:37
일단 실행 측면에서는 세금의 효과를 고려한 최적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설명된 대로 운동선수들이 승자의 소득을 재분배하는 사적 계약을 맺었다면, 스타플레이어(가 된 이)는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누진적으로 높은 세율의 소득세를 낼 것이고, 다른 조합원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등을 낼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이런 계약을 재미없게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 큰 세금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절세대책을 생각한다면 모든 이의 소득은 계약에 따라 먼저 vehicle인 법인에 들어왔다가, 최종적으로 선수들에게 나가는 식이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계약을 조합원들이 좋아할지는 잘...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승자에게 아주 높은 보상이 붙는 시스템의 특성에 대한 논의들을 보시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릃 들면
Rosen, Sherwin. 1985. Prizes and Incentives in Elimination Tournaments. NBER working paper No.1668 https://www.nber.org/papers/w1668.
Commented by 질럿 at 2019/11/06 00:49
감사합니다~ 한 번 공부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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