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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의 사무라이 - 사카이 사부로

밀덕이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을 구일본제국 해군(일본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살아서 종전을 맞이한 사카이 사부로의 자서전이다. 요즘 전자책을 주로 사지만, 출간 10년이 넘은 책이라 중고책으로 어렵게 구했다. 밀리터리적인 요소보다는 사카이 사부로의 내적 심리묘사(공중전 당시의 심리 상태, 매 시각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사는 군인의 애환과 연애사)가 더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밀리터리적인 요소를 조금 추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어렵게 구해 읽었지만, 이미 나무위키 등에서 본 사카이 사부로에 대한 기사 때문인지 이미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밀덕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서 끝까지 완독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두어 대목인데, 첫 번째는 낙하산 없이 전투기를 조종하던 것에 대해서 해군 지휘부 측에서 강요한 것이라는 세간의 평에 대해 변명하는 것으로, 조종사들이 자발적으로 낙하산 없이 출격했을 뿐이고 지휘부에서는 낙하산 착용을 명령했었다고 한다. 조종사들이 낙하산 없이 출격한 이유는 전투기 무게를 줄여 기동성과 항속 거리를 증가 시키려했고, 더불어 낙하산으로 탈출해봤자 적지 한가운데이기에 포로가 될 것이 분명하므로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낙하산으로 비상탈출을 하지 않으려했다고 한다. 뭐랄까 이건 해군 지휘부가 낙하산 없이 출동하라고 명령한 것보다 더 심각한 경우이다. 항속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작전 계획을 수립했어야하는 것이고, 적지에서 생환하여 다시금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생환 훈련과 관련된 심리/정신 교육을 시켰어야하는 것 아닐까? 사카이 사부로의 낙하산 없이 출동한 것에 대한 '변명'은 사실 구일본제국군의 치부를 더욱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치독일에서와 비슷하게 부사관(하사관, 당시 일본 해군으로는 병조)에게 전투기 조종을 맡기는 인사 체계도 눈에 띈다. 물론 이전에도 비행연습생 등의 일본군 조종사 양성 체계에 대해서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부사관(1등병조)으로서 전투기 3대로 구성된 소대를 이끄는 소대장으로 활약한다. '부사관으로 구성된 소대'라는 표현도 나오고 상위 제대의 중대장이 장교인 것을 보면 일본 해군 항공대에서는 마치 현대의 독일연방군처럼 중대상과 일부 소대장은 장교이고 나머지 소대장은 부사관인 인력 구성이었나보다. 병/부사관 조종사의 단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잘 나와 있다.


이런 인력 구조는 현대 한국 육군의 항공준사관 제도와 비슷한 느낌이다. 한국 육군 항공의 경우 항공 장교도 있지만 항공 준사관이 헬리콥터 조종을 전담하고 항공 장교는 조종과 지휘관/참모 보직(역할)을 병행하는데, 항공 준사관은 조종 기술 자체에 숙달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진급 적체 해소에도 도움이 될 듯 싶다. 현대 독일연방군의 경우 지휘자 장교의 인력 구성을 피라미드 형태가 아닌 직사각형 형태로하여 중간에 도태되는 지휘자 장교가 없도록 한다고 한다. 한국 육군 항공의 준사관-장교로 이원화 된 인력 구성 역시 항공 장교들의 직급 적체를 조금이나마 완화해주고 항공운항준사관들이 조종 기술 연마에 전념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장점이 있을 것 같다. 사카이 사부로 본인도 전투기로 공중전을 벌이는 기술(능력)만 있지 작전이나 다른 참모 기능은 모른다(=사무라이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하지만 태평양 전쟁 당시의 미해군/육군 항공대나 현대 한국 공군의 조종사들은 전원 장교인 것을 고려하면 현대의 조종사는 사무라이라기 보다는 참모로서의 능력도 겸비하여 전투 뿐만 아니라 전쟁을 대국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필수적인 것 아닐까? 유명한 사무라이 전투기 조종사를 보유한 일본 해군이 장교로 구성 된 미 해군에게 패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by 질럿 | 2019/12/15 19:42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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