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 로그인  


모더니즘 - 제조업에서의 학습 곡선

모던니즘의 시작은 산업 혁명이 후 대량 생산을 통한 공업생산품(공산품) 가격이 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일 것이다.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학습곡선(learning curve)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량생산을 하다보면 생산 공정의 효율화와 기능공들의 숙련화가 이루어져서 생산 단가가 급속도로 하락한다는 것이다. 원가회계 상, 생산설비 투자금액의 감가상각이 끝나서 생기는 회계상의 절감 효과를 제외하고 말이다.

유명한 아래로는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한 바늘 공장의 사례가 있을 것이고, 산업화 이후의 대량생산 체제를 일단 정립한 포드 모델T도 유명한 사례이다. 모델T는 처음에도 저렴한 승용차였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생산단가가 내려갔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비슷한 예로 2차대전기에 소비에트(소련)에서 생산한 T-34 전차도 다른 유명한 예이다.

최근에 <나의 GM 시절 - 앨프리드 슬론의 회고록>을 읽고 있었다. 이 책은 현대적인 경영과 생산관리를 완성한 슬론이 회고록이라는 형식을 빌어 '경영학 원론' 이야기를 풀어쓴 것 같다. 제20장에서 2차대전 당시,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가 시설동원 되어 각종 군수품을 미국 정부에 납품 할때 이룩한 생산관리 업적을 설명하기 위해서, GM이 생산한 폭격기용 50구경(0.50인치) 기관포의 납품 가격을 표로 정리한 것이 있다. 여기에서 판매가는 당시의 미국달러화(USD)로 표시한 미국 정부 납품가이다. 슬론이 직접 밝혔듯이, GM은 영업이익율을 제한하여,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 그 만큼 납품가를 낮추었기 때문에 밑에 표에 나타난 판매가가 곧 생산단가에 준한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계약 회차          계약기간     생산량     판매가
당초가격 Jul-41 Jan-42 5,674 689.85
1차수정 Feb-42 Mar-42 4,043 515.80
2차수정 Apr-42 Jul-42 10,281 462.29
3차수정 Jul-42 Oct-42 15,922 310.21
4차수정 Nov-42 Dec-42 14,744 283.75
5차수정 Jan-43 Jan-43 6,000 386.93
6차수정 Jan-43 Apr-43 32,938 252.50
7차수정 May-43 Aug-43 40,723 231.00
8차수정 Sep-43 Jan-44 40,000 222.00
9차수정 Jan-44 Jan-44 10,257 207.00
10차수정 Feb-44 Mar-44 21,579 197.00
11차수정 Apr-44 Jun-44 34,126 186.50
12차수정 Jul-44 Aug-44 21,031 180.30
13차수정 Sep-44 Jan-45 43,824 169.00
14차수정 Jan-45 Apr-45 12,819 176.00
15차수정 Apr-45 Jun-45 13,306 174.50

표를 훑어보기만 하더라도 계약 회차 혹은 시간이 지날 수록 판매가가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역시 대량생산의 힘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문득 내 머리속을 스친 의문이 있었다. 바로 "학습 곡선에 따라서 시간이 지날 수록 생산 단가가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긴 한데, 동시에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하는 경우에 단가가 낮아지지 않던가?"였다. 다시 말해, 같은 숙련도의 경우에는 한 계약 당 생산 물량이 많을 수록 단가가 떨어지지 않던가... 그렇다면 슬론이 회고록에 첨부한 위의 표에서 숙련도(=생산 시기가 뒤일 수록 숙련도가 높다고 할 수 있음)와 생산량이 단가(=판매가)에 영향을 줄텐데, 변수가 2개이다 보니 영향력을 어떻게 측정하면 좋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생각난 김에 엑셀을 활용하여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계산해 보았다.

우선 계약 회차별 생산량과 판매가를 비교(그림1)해보고, 또 언제 생산 된 연월(위의 표에는 '영문 달 이름 - 연도'로 표시되어 있음)과 판매가를 비교(그림2)해 봤다. 둘 다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다시 말해 회차별 생산량이 많을 수록, 생산 연월이 뒤로 갈 수록 판매가(=생산 단가)가 낮아진다. 

<그림1>
<그림2> x축은 회차의 시작 연월(month-year)을 나타낸 것이다

이 경우에는 일단 회차별 생산량 혹은 생산 시기 중에 적어도 하나 이상이 판매가로 표시되는 생산 단가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표을 유심히 보면 생산 연월이 뒤로 갈수록 회차별 생산 수량이 증가한 다는 것을 눈대중으로도 알 수 있다. 이를 산포도로 나타내면 <그림3>과 같다.

<그림3> x축은 연월을 상대적인 값으로 표시했다. 194년 1월을 0.00으로 나타내고 1945년 6월을 1.00으로 표시했다.
다시 말해, 생산 시기와 회차별 생산량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에, 생산 시기 혹은 회차별 생산량 중에 하나만 생산 단가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더라도 <그림1>과 <그림2>에 나타난 상관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예컨데 회차별 생산량이 생산 단가를 독단적으로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생산 시기 역시 회차별 생산량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는 생산 시기가 생산 단가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생산 시기가 전적으로 생산 단가를 결정하더라도, 생산 시기가 늦어질 수록 회차별 생산량이 많았다면, 회차별 생산량이 생산 단가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생산 단가에 영햐을 주는 요소(factor)를 확인 할 수 있을까? 다중회귀분석(multi-regression)과 같은 여러가지 통계적 기법이 있겠지만, 일단은 학습 곡선 이론을 믿고, 생산 시기와 생산 단가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그림4>는 생산 시기와 판매가의 상용로그(log)값을 비교한 것이다. 생산 시기가 뒤로 갈 수록 '학습'이 이루어져서 생산성이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판매가(=생산 가격)가 내려간다는 가정하에 구성해본 것이다. 의외로 추세선이 상당히 잘 들어 맞는다. 첫 번째 회차와 마지막 두 회차는 추세선의 위에 있는데(=학습 곡선을 통해 예측한 생산 단가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였는데) 이는 아래서 기술하겠지만, 생산량이 적어서 생기는 효과, 다시 말해 회차별 대량 생산에서 오는 단가의 하락이 없기 때문이다.

<그림4>
이에 <그림4>에서 유도한 추세선을 활용하여 시기별 판매가의 예측값과 위의 표에 나온 실제값의 차이를 '잔차항'이라고 하자. 잔차항이 0이면, 즉 시기별 판매가가 추세선 위에 있으면 추세선을 통한 예측이 정확히 들어 맞은 것이고, 추세선 위에 있으면 추세선이 실제 값보다 과소예측한 것이고, 추세선 아래에 있으면 추세선이 실제 값도다 과다 예측한 것이다. 이러한 과다/과소 예측이 회차별 생산량과 관계가 있는지 알아본 것이 <그림5>이다.

<그림5> x축은 회차별 생산량을 나타내고 y축은 예측판매가의 상용로그값이 과다/과소 예측되었는지를 보여준다. y값이 양수이면 과다 예측 된 것이고, 음수이면 과소 예측 된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생산 시기와 회차별 생산량 둘 다 모두 생산 단가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다만 생산 시기에 따른 학습 곡선이 생산 단가에 영향을 크게 주기 때문에 생산 시기를 보정한 다음에 생산 단가와 회차별 생산량을 비교하면 이 역시나 회차별 생산 량과 생산단가 사이의 음의 상관관계를 볼 수 있다. (<그림5>에서는 생산 단가가 예측 값보다 낮을 수록 '과다' 예측 된 것이기 때문에 양의 상관관계처럼 나온다.) <그림4>에서 첫 번째 데이터 포인트와 마지막 2개의 데이터 포인트가 추세선 위에 있는 것은(=판매가가 과소예측 된 이유는) 바로 첫 번째와 마지막 2번의 회차별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적은 양을 생산하였기 때문에 학습 곡선을 고려한 생산 단가 예측값보다 높은 값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2가지 이상의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줄 때에는 둘 중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변수를 제거하고 관찰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다중회귀분석을 할 수도 있겠으나, 두 독립변수(생산 시기와 회차별 생산량)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 경우(<그림3>에서 보여준 양의 상관관계)에는 이 둘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 두 변수 중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잔차항)을 살펴볼 때 어떻게 상관관계를 확인 할 수 있는지 보면 된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대량 생산을 통한 모더니즘, 혹은 포디즘(Fordism)의 화신인 포드 모델T의 생산에도 <그림4>와 비슷하게 시간이 지날 수록 생산 단가가 로그 스케일로 하락하는지 궁금해졌다. 영문 위키피디아의 포드 모델T 항목을 살펴보니, 연도별 생산량과 당시의 판매가(=생산 단가), 그리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판매가가 나와있었다.

<그림6> 포드 모델T의 생산 시기별 판매가(인프레이션 보정 후, 상용로그를 취함), x축은 1909년을 0.00, 모델T가 단종된 1927년을 1.00으로 환산한 상대값
이 역시도 생산시기가 뒤로 갈 수록 판매가가 로그 스케일을 따라서 선형으로 감소한다. 다시 말해, 제조업에서의 학습 곡선에 따르면 시기에 따라서 생산가(판매가)가 로그 스케일로 감소한다. 즉, 위의 GM에서 생산한 기관포 생산 단가의 예와 같이 생산 시기와 회차별 생산량이 생산 단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되는 것이다.

by 질럿 | 2020/08/01 21:41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zealot.egloos.com/tb/594027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漁夫 at 2020/08/02 12:45
잘 봤습니다 ^^;;
Commented by 질럿 at 2020/08/04 06:07
감사합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