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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글리시 약어는 좀 풀어서 설명해주자...

<신과 함께>라는 팟캐스트는 내 타임라인에서 애증이 교차하는 팟캐스트일테다.

게스트가 주로 썰을 푸는 형식인데 게스트는 크게 2 종류로 나뉜다. 마케팅형과 학자형. 내가 백그라운드가 학계라서 그런지 몰라도 마케팅형의 발표는 종종 그 형태가 아쉬울 때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은어에 가깝게 자기 주변에서만 사용하는 영어 약어를 남발하는 것이다.

스트롱벤쳐스 배기홍 대표님의 예전 블로그 글에도 나오듯이 글로벌에서 통용되지 않는 은어에 가까운 영어 약어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독이다.
8. 남발되는 약자 –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한 부장님과 LA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간부들과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에서 미국 미디어의 컨텐츠를 라이센싱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이미 몇개월 동안 전화통화와 이메일을 통해서 communication이 진행되었고 이 자리는 계약서 전 단계인 조건들에 대한 합의를 하기 위한 미팅 자리였다. 아…이 날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들이 있었다. 미국사람들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물어보자 물어보자 이 아저씨는, “as I mentioned in my PT, we wanna talk about RS model…중략…hopefully, we can do a BMT…생략”
미팅 참석한 미국애들의 얼굴을 보니 온통 “???”로 도배가 되있었다. 미국사람들이 왜 의아해하는지를 전혀 감잡지 못하신 부장님을 대신해서 내가 미국애들한테 친철하게 설명해주었다:
PT: Presentation, RS: Revenue Share (Rocket Science? Room Salon?), BMT: Benchmark Test 
더 재미있는 사실은 “아니, 미국애들이 그런 기초적인 영어 약자도 몰라요?”라면서 더 황당해하는 부장님. 일본인들과 한국분들은 약자를 너무 좋아한다. 당연히 미국도 약자를 엄청나게 많이 사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만을 위한 내부 약자집이 있을 정도로 많은 약자들이 남발된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내부 약어집이다. 외부인들은 몰라도 되고, 알아야할 필요도 없는 용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는 PT나 RS와 같은 약자들 – 100% 콩글리쉬다. 미국인들은 이런 약자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presentation” “revenue (rev) share”라고 full로 풀어서 말하면 된다. 약자를 사용하면 괜히 유식해 보이는거 같은 우쭐함을 느끼고 즐기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지 마세요.
 
오늘 내용만 해도, ASP, OTA 같은 약어를 남발하던데, 가까운 업계 사람들끼리만의 발표가 아닌 대중을 대상으로하는 팟캐스트에서는 이런식의 약어는 풀어서 이야기해줘야한다. ASP는 평균판배가격(Average Sales Price)이다. 팟캐스트에서 설명중에 "ASP가 두 번째로 높으니까~"라는식으로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것보다는 "평균판매가격, ASP가 ..."와 같이 한 구절만 더 이야기하면 전달력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게다가 OTA는 더 심하다. 이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일컫는 말인데, 정작 OTA 자체는 'over-the-air'의 약자로서 '무선'이라는 뜻만 있다! OTA 원어를 찾기 위해서 구글링 했을 때에는 "OTA software update"로 함께 쓰이더라(collocation). 즉,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OTA라는 약자로 줄이는 것은 청자에 대한 고려가 전무한 것 같다.

심지어, <신과 함께>의 한 진행자는 공동 진행자가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의 약자로 쓰인 MS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물어보니까 "Microsoft의 약자인줄 알았지?"하면서 약올리기나 한다. 약어가 남발되는 프레젠테이션/대화에서 상대방이 약어를 몰라서 되물으면, 놀릴 것이 아니라 풀어서 설명하지 않은 것을 정중하게 사과하고 바로 풀어줘야하고, 서두에 설명했던 약어 조차도, 몇 분 지나서 다시 이야기할 때는 재차 풀어서 설명해줘야한다.

얼마전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비드19(Covid-19)라고 칭하고 있는 작금의 감염병을 한국만 코로나19로 부르는 것은 국제적으로 의사소통 할 때 (작지만 쌓이면 유의미한) 비용을 유발한다는 포스팅을 보았다. 위에서 말한 정체불명의 약자 역시 쓸데 없이 의사소통의 비용을 높이는 일이다.

by 질럿 | 2020/10/01 23:57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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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채널 2nd™ at 2020/10/02 02:45
>>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비드19(Covid-19)라고 칭하고 있는 작금의 감염병

우리만 '6.25 사변'이라고 부른다고 투덜 투덜대던 어떤 아재가 생각나는데.... <<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전쟁 명칭이 있다구요~

조선 전쟁? 한국 전쟁? 한반도 전쟁? (한반도 한정) 남북 전쟁? 이승만 전쟁? 김일성 전쟁? (그냥) -- 제 n 차 -- 국제 전쟁? (굳이 따지고 따져서 참전국 전부를 기술한) 아메리카-로시야-북조선-남조선-차이나-... 기타 16 UN국 참전 전쟁??


'우한 폐렴'이라든가 '중국 역병'이라든가 -- 뭐 굳이 -- '우한 역병'이라든가로 부르면 큰일난다는 개병신들 덕분에 그나마 순화(?)한 표현이 코로나 19인가 코-19인가.... << 더 줄여서 C-19로 불러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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