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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탈출 - 오역 논란을 넘어서

아자 가트의 <민족>,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등 벽돌책을 깨고서 최근 디턴의 <위대한 탈출>을 완독했다.

2015년 출간 당시 한경PB에서 의도적 오역 문제로 유명했던 책이다.(기사, 프린스턴대학 입장문) 저자인 디턴 교수와 프린스턴 대학측의 조치로 다행히 오역을 바로 잡은 판본으로 읽을 수 있었다.

한경PB측의 왜곡 내용과 관련하여 요약하자면, 디턴의 요지는 "위대한 탈출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전 세계는 물질적으로 성장을 많이 했고, 이러한 급격한 성장에 따라서 불평등이 심화 된 것은 사실이다"가 아닌가 한다. 다시 말해 '고도성장=>불평등심화'의 선후(혹은 인과)관계를 한경PB는 의도적으로 왜곡하기 위해 선후를 뒤집에서 '불평등=>성장'으로 서사를 만든 것 같다. 이를 통해 2014년~2015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21세기 자본>에서 토마 피케티가 주장한 불평등의 심화라는 문제의식을 뒤집고 싶어했던 것이 한경PB의 의도로 보인다.

다 같이 빈곤으로 부터의 탈출을 위해, 즉, 빈곤 국가를 돕기 위해서 양허성 차관과 같은 금전적 원조를 하는 것이 구축효과 등으로 딱히 도움이 안되거나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3가지가 있다.

1. 원조수혜국의 다른 산업/자원과 경쟁하지 않는 '기술'/'지식'을 전파한다. 선진국에서 기술을 개발하여 원조수혜국에게 공여하는 방식. 예) 빈곤국에 만연한 말라리아, 에이즈 같은질병의 약/백신을 연구개발하는 자금을 지원.

2. 선진국 국내에서의 농업 보조금을 원조수혜국 농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 미국 국내 생산 설탕/면화에 대한 보조금은 이를 생산하는 빈곤국가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3. 빈곤국가 출신 이민자를 부유한 국가에서 받아들여서 임금을 송금할 수 있게하거나,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본국으로 돌아가서 빈곤국가의 제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시키도록 한다.

1번과 관련해서는 앤드류 로가 <금융시장으로 간 진화론: 생각의 속도로 진화하는 금융과 투자의 새로운 길>(리디북스, 네이버책)의 12장에서 제안한 신약개발 포트폴리오 투자 상품이 있다. 예컨데 암치료, 에이즈 치료와 같이 공공복리를 증가시키면서 수익성도 높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여러개 묶어서 (파생상품 만들듯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일반 투자자 혹은 자선사업가들이 그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도록하면, 개별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투자할 때보다 위험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금이 중요한 프로젝트에 투입될 것이라는 제언이다.

또한 3번과 관련해서는 저자 디턴 교수가 제3세계에서 유학온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항상 건낸다고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정부에 대항하지 말고 자신의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정부 안에서 일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해치는 정책을 중단하도록 정부를 설득하고, 세계화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게 만드는 국제 정책을 지원하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아직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대탈출을 촉진하는 최선의 기회이다.

군사정권의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한 한국과 다른 나라들을 비교하며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by 질럿 | 2021/04/23 18:23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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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漁夫 at 2021/04/23 20:27
사실 굳이 리버태리안적 입장이 아닌 경제학자들도 "원조 자체가 문제다"란 말은 상당히 한다고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질럿 at 2021/04/24 17:40
구축효과 이야기 많이하더라고요.

병원을 지어주면 수혜국 정부의 보건의료 예산을 다른데 전용하게 되기도하고, '좋은 직장'인 병원에 인재가 몰려들어서 인재 수급 불균형도 만들구요.
Commented by 漁夫 at 2021/04/28 18:24
헐 예산을 딴 데 돌릴 줄은 생각 못했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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