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5월 13일
한국의 전동킥보드 규제안 시행에 부쳐
오늘부터 한국에서 전동킥보드에 대한 안전 단속을 강화 시행한다고 한다. 그동안 나는 전동킥보드에 대해서 '오토바이'(이륜차)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행도로와 차도를 종횡무진으로 다니면서 보행도로에서는 보행하는 사람에게 비키라고 경적을 울려데고 차도에서는 4륜차가 괴롭힌다고 약자/피해자 행세나하고 말이다. 게다가 보도로 질주하다가 건널목을 마주하면 마치 차량인척 차도로 신호위반해가면서 건너고 말이지.
이제 전동킥보드도 '오토바이'에 준해서 규제한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도와 차도를 종횡으로 누빌 수 없고, 이제 차도에서만 달려야하지만 보도에서 보행하는 사람을 위협하며 달리던 전동킥보드가 차도에서는 4륜차의 통행을 방해하며 위험하기까지하니 전동킥보드의 장점이 많이 퇴색된 것 같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보도와 차도를 종횡으로 누비던 전동킥보드가 보행자와 사고가 나서 사람이 크게 다친 이후로 자전거 전용도로로만 달릴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 사실 법 개정 이전에도 보도를 달릴때는 전동킥보드가 보행하는 사람을 피해가야하고 보행자 우선권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안하무인, 니가 비켜라는 식으로 다니던 전동킥보드 타는이들이 많았었다. 안타까운 인명사고를 분기점으로 전동킥보드는 싱가포르 대부분의 차도와 인도에서 퇴출되어 한정된 공간(자전거전용도로)에서만 레저용으로 탈 수 있게되었다.
이전에는 '라스트 마일'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택시나 대중교통수단이 채워주지 못하는 1킬로미터 내외의 도보 이동을 편리하게 해주는 '모빌리티' 수단으로 각광(?) 받았으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게 아닌 것 같다. 한국의 경우에는 차도에는 아직 전동킥보드가 달릴 수 있지만 차도로만 전동킥보드를 주행할 경우 딱히 장점이 없다는 기사도 있는 것을 보면 새로운 '모빌리티'로서의 전동킥보드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왜 차량 공유 서비스는 초창기 우버때부터 강하게 규제했으면서 같은 모빌리티 영역에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는 강하게 지원했을까? 공유 모빌리티로 인해 손해 보는 집단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버는 택시 운수사업자/택시기사를 제물로 삼지만, 전동킥보드는 보행자에게 끼치는 손해 정도를 제외하고는 큰 반발이 없었다. 보행자 역시 택시기사와는 달리 생업이 달린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자로서는 로비하기 쉬웠을 것이다.
대부분의 공유 경제가 기존제도의 허점(loop-hole)을 공략하여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공유화(모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짠 것이 많다. 비슷한 구조로 특정 집단에게 이익이 되도록 법제도와 규제를 바꾸는 경우 사회 전구성원에게 조금씩 비용을 전가하여 특정 집단이 큰 이익을 본다. 비유를 들자면 전 국민에게 1000원씩 (간접적으로) 비용을 강제징수하여 소수의 사업자가 몇 억원씩 이득을 취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공유 경제를 장려하고 육성한 것은 비용의 공유화(전가)가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새로운 사업 모델이 널리 적용됨에 따라서 기술적/사회적 혁신이 나오고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기를 기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차량 공유서비스의 경우 동남아시아의 그랩은 모빌리티를 넘어서 음식 배달, 결제 등으로 확장하였지만, 세계 어디를 보아도 공유 전동킥보드가 이루었다는 혁신은 없는 것 같다. 이는 사회구성원에게 끼친 손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별로 이득을 준 것이 없다는 말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은 '라스트 마일'이라는 개념을 가져와서 혁신 산업이라고 주장했지만, 딱히 혁신 산업이 아님에도 물류에서 나온 개념을 가져다 혁신 산업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라스트 마일'은 대형 물류센터에서 최종 목적지 근처의 집하장까지 운송은 오퍼레이션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최종 목적지까지가는, 다시 말해 고객의 현관까지 배달/운송하는 오퍼레이션의 어려운 점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개념이다. 한국의 배달대행서비스나 쿠팡 파트너스 혹은 그랩의 배달 서비스 같은 것이 개별 소비자에게 마지막으로 전달하는 과정을 공유 경제를 통해 혁신을 이룬 과정에서 '라스트 마일'이 나온 것이었을 뿐이다.
한국에서는 기존 택시 사업자와의 조율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차량 공유 서비스 사업자(우버, 타다)들의 잘 못도 있으나, 새로 부상하는 창량 공유 서비스 사업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이해관계자가 적어서 쉽게 지원할 수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만 지원한 한국 정부에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양쪽 다 지원해보고 세계적으로 대세가 된 차량 공유 서비스는 잘 키우면서, 결국 실패로 판명난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는 좀 더 이른 시기에 구조조정해버린 싱가포르 정부가 좀 더 나은 결정을 한 것 같다.
# by | 2021/05/13 15:58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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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개돼지 새끼는 걍 셧업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걍 늬들 마음대로 해도 됩니다
헬멧 미착용시 범칙금
무보험 일경우 행정조치 필수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