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5월 22일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에 대한 명칭 문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판데믹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던 2020년에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혹은 '중국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명칭을 쓰지 말라고 정부가 권고했었다. 이는 전염병이 최초 보고된 지역의 명칭을 따러 이름 짓지 말라는 개정된 세계보건기구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에 (혹은 지금도 소수는) 전염병 이름을 검열한다면서 반발했었지만 결국은 어느정도 가닥이 잡혔다.
그 후 1년여가 지난 2021년 초부터는 각종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어찌된 일인지 변이 바이러스가 최초 발견된 지역을 따라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인도(인디아)발 변이 바이러스"와 같은 표현을 한국 정부도 사용하고 있다.
이 표현을 듣자하니, 처음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발견된 지역을 따서 이름 붙이이 말라면서 왜 변이 바이러스는 지역을 따서 부르는지 의아했다. 자세히 보니 한국 정부/언론 이외의 영미권 등 다른 나라 언론에서도 "영국 변이", "인디아 변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식 표기는 각각 "B.1.1.7 변이"와 "B.1.617 변이"라고 하고 있다.
예전에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표현은 WHO지침에 맞지 않다고 못 쓰게 했던 것 생각하면 한국 국내 언론과 정부에서도 유의해서 명칭을 사용했으면 한다. 전염병에 최초 발견지의 명칭을 붙이는 것은 극도로 정치적인 행위이다. 일부러 상대방 국가를 기분 나쁘게 할 의도가 있거나, 혹은 특정 국가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국내 결속을 다질 의도가 아니라면 굳이 다른 나라를 비하하거나 자극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실례로 현재 코비드 감염 상황이 매우 안 좋은 인디아에서 '싱가포르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모디 총리가 싱가포르 탓을 하는 바람에 싱가포르와 인디아 사이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되었다. [뉴스기사] 실제로 싱가포르는 "B.1.617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졌고, 이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타이완(대만)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또한 이 "B.1.617 변이" 바이러스는 인디아에서 처음 발견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모디 총리 입장에서는 내부 국내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국외에서 제일 만만한) 싱가포르를 걸고 넘어졌던 것 같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였고, 싱가포르 거주자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페이스북 앱을 통해서도 전달 되었다. 5월 18일 당시에 페이스북 앱에서 갑자기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정보라고 상단에 경고 메세지가 뜨기에 클릭해보니 싱가포르 정부의 요청으로 성명서를 전달하다고 했었다. 이 정도로 전염병에 특정 국가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큰 후과를 불러 온다.
다시 한국에서의 변이 바이러스 명칭 문제로 돌아오자면, 인디아의 모디 총리 만큼 다급한 상황이 아니면, 최초 발견지를 언급함으로서 쓸데 없는 외교 분쟁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 by | 2021/05/22 11:55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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