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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를 인문학으로 포장하지 말자

최진석 철학자님께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는데 아무말 파티를 하시는 것 같다. 


위의 사진은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으로 최진석님은 법학/정치학은 후진국에서 경제학/경영학은 중진국에서 통용되는 인사이트라면서 "인문학이 최고!"를 외치시고 있다. 그러면서 심리학도 언급하시는데 그렇다면 과연 심리학은 최진석님의 기준에서 인문학인가? 대개는 자연과학/사회학으로 분류가 많이 되지만, 인문대학에 소속된 심리학과도 있으니 일단 그렇다고 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페이스북 창립자 저커버그가 컴퓨터과학/심리학을 전공했다는 것은 최진석님에게는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게다가 포스브 기사를 보면 포브스 선정 100대 기업 CEO 중 53%가 인문학 또는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하고, 나머지 47%는 이과출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도대체 무엇인가? 왜 최진석님은 인문학, 인문학 하시는가를 위해서는 인문학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전에 ppss에서 인문학 열풍(?)에서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혼용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후 종종 그 기사를 인용한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문학은 A. 문사철, B. 교양학문(Liberal Arts), C. 인본주의, D.물질적 가치에 대한 반정립 이렇게 4가지 의미로 쓰이는데 인문학 열풍이다라고 할 때는 D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인문학 위기라고 하는 것은 A즉, 문사철 전공자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연구를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최진석님이 "새말새몸짓"이라는 사단법인에서 "기본학교"라는 것을 열고서 '인문학'을 가르치시는 것 같은데, 내용을 보니 재미나다. 커리큘럼에 '암호학'을 가르친다고 나와있길래 대체 무엇인가하고 검색을 더 해보았더니 암호토큰/블록체인 이야기다.


-암호학도 가르친다고?
"블록체인으로 잘 알려진 암호학은 인간이 개발한 최첨단 문법이다, 세계를 해석하고 작동시키는 최첨단 문법이니 공부를 해야 한다.

위의 문답을 보니 그냥, '이꽈'를 이해 못하고 주화입마에 빠진 분인 것 같다. 게다가 '암호학'을 가르치시는 김문수님의 (도지사 말고) 프로필을 간단히 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응용화학부
aSSIST 빅데이터MBA 석박사통합과정
중국 장강경영대학원 EMBA
aSSIST 경영학박사학위 (토큰 이코노미의 설계와 마케팅 전략 )


아닛! 김문수님은 인문학을 하신 분이 아니다. 경영학을 하신 '중진국형'인재이다. 즉, 인문학을 공부하신 분도 수학(암호학)을 공부하신 분도 아닌데 암호학을 가르치고 계신다. 최진석님의 조선일보 인터뷰와는 결이 안 맞는다.

1959년생인 최진석님의 세계관에서는 아직도 선진국/후진국 나누기 놀이와 한국은 후진국이라고 외치는 것이 사유의 대부분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면서 그만 알아보기로 했다.

*덧1: 사실 이런 이상한(?) 내용이 어찌하여 한국의 주요일간지에 실렸는가하는 의문이 있을 수있는데, 답은 의외로 간단 할 것 같다. 인터뷰 기사 원문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 정부를 '종북'-'친중국'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즉 최진석님은 상대방(일간지)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면서(문재인 대통령 종북설 설파), 본인이 원하는 것(아무말-ing)을 취하는 것이다.

*덧2: 나의 모친께서 비평을 할 때의 유의점을 말씀 주신적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최진석님의 '후진국 법학 - 선진국 인문학' 도식을 다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모친께서 해주신 말씀은 다음과 같다.

문학 비평가A는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비평할 때에 잘 된 점 위주로 비교 분석하였고 비평가B는 같은 작품들을 놓고 부족한 부분만 지적했었다. 글을 읽어보면 B가 더 똑똑해 "보이기"는 했지만, 결국 더 성장하고 자리도 잘 잡은 것은 A였다.

이를 적용시켜서 최직선님의 논점을 다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더 논란이 적은 표현이 될 것 같다.

후진국에서는 우선 법학으로 통치해야한다. 현대적인 법 체계가 갖추어 지는 것이 발전의 초석이다. 중진국에서는 경제학과 경영학을 법학 위에 더해야한다. 현대적인 법 체계에 따라 발전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많은 비효율성이 상존하고, 이를 효율화하고 한정된 자원을 잘 배분하는데 경제학과 경영학이 꼭 필요하다. 이제 세계 유수의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면 더 이상 '추격의 시대'가 아니라 '추월의 시대'에 접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국가는 인류에게 있어서 전인미답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게 된다. 이제 기존에 법학, 경제학, 경영학으로 다져진 국가 제도에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한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 선진국형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 후진국의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법학을 바탕으로한 통찰이 우선되어야하고, 중진국으로 거듭난 후에는 법학/경제학/경영학을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한다. 선진국이 되면, 여기에 인문학적 통찰까지 더해져야한다. 초중고등학교때 학년을 진급함에 따라 더 많은 과목을 배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추가 2021년 8월 12일

저런식으로 1명이 교장도하고 커리큘럼도 짜는 "학교" "서원"들의 문제는 교장/이사장 1인의 독선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일단은 기존의 대학 같은데서 할 수 없는 자유로운 학제를 만들어서 지식운동을 하는 것인데... 그만큼 건전한 비판(peer-review)이 없기 때문에 교장/이사장1인이 주화입마에 빠지기 쉽습니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지성을 뽐내던 교수님들이 명예교수, 퇴직교수가 되신 다음에 유사학문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해요.

새말새몸짓학교의 모집공고를 보면 연령상한을 49세로 "올렸다"라고 했거든요. 추정컨데 39세를 상한으로 모집했다가 미달되니까 올렸을 겁니다. 명분은 '청년'들을 가르쳐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일텐데요. 게다가 함평 같이 한적한 곳에서 사실상의 1인 학교를 세운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공자가 되겠다'는 발상이거든요. 이게 취지는 좋을 수 있지만, 그냥 60세 넘은 전직 교수가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설파하려는 것 같아 보입니다.


by 질럿 | 2021/06/03 10:23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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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21/06/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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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21/06/03 13:21
저는 인문학이라는 단어의 주된 용례는 철학, 역사학, 문학 등 해당 분과 학문명을 명기하면 사꾸라임이 뽀록날게 뻔한 잡설에 붙이는 포장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과객b at 2021/06/03 13:47
서울대학교 6학년 2반인 나도 공감한다.
추천!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21/06/03 17:05
인문학이라고 쓰면 두뇌 작동을 세포 수준에서 파악해 나가고 있는 현 시대에 아직도 의학논문에서 거론도 안 되는 자끄 라깡 같은거 보고 있는 대충 그런 분들의 매우 특수한 학문 정도로 생각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MoGo at 2021/06/03 18:41
10년동안 폐쇄적인 뉴밸에 있다 보면 뉴밸 의견만이 옳다고 동조하게 되거나 뉴밸에서 벌어지는 행태에 대해 어떤 위험도 자각하지 못하고 군중심리에 이끌려 우르르 따라갈 때가 있으니 어서 탈출하여 현실감각을 찾으러 가거라 훠훠훠
Commented by 거대한 설인 at 2021/06/04 02:48
미국,영국,프랑스 이런나라에 정부&기업에서인문학 전공자들이 잘나가는 이유는학부에 법,경영 학과가 없거나 있어도 존재감 없기 때문인데..학부에 법,경영 학과가 없는걸 어떻게 저런식으로 해석해 버리는지 참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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