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6월 26일
채식주의자를 위한 변명
며칠 사이에 채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바깥 양반과도 나누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만약 내가 채식인이라면 공유할 수 있는 요리가 많이 줄어들어서 안타까울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미러링(?)해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바깥 양반의 채식에 대한 단계를 나눠서 이야기했었다.
- 1단계는 본인은 채식을 하지만 배우자가 육식을 하는 것에 관대하고, 가정식에도 육식은 포함시키되 본인만 섭취하지 않는 경우
- 2단계는 본인이 채식을 하면서 배우자가 집에서는 육식을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경우 (혼자서 외식으로 육식을 먹는 경우는 괜찮음)
- 3단계는 본인이 채식을 하면서 배우자도 같은 수준의 채식을 요구하는 경우
이렇게 단계를 나눌 때에 바깥양반이 원한다면 2단계까지는 나도 괜찮다고 했다. 물론 육식을 좋아해서 나에게 그런 요구를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러다가 보니 채식인을 한국에서는 "채식주의자"라고 부르기에 뭔가 비장한 느낌도 들고 이념으로 취급되기 마련이다. 그김에 좀 더 확장해서 논의를 진행해보았다.
나는 물리학 전공자로서 유물론(!=공산주의와는 다르다)을 신봉하는 무신론자로 유신론/유일신 종교를 싫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바깥 양반이 3단계를 요구(본인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채식을 요구)하는 것과 나에게 유일신 종교를 믿으라고 하는 것을 비교해보니, 유일신 종교를 믿느니 차라리 3단계-전면적인 채식을 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한창 자라나야하는 성장기의 아이에게 까지 채식을 시키자고하는 것은 결사 반대라고 했다. 이를 비교하니, 아이에게 까지 채식을 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유일신 종교를 믿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결국 나래비를 세워보니 내 아이의 안녕 > 나의 유물론/무신론에 대한 신념 > "육식 따위" 라는 대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육식주의자 포스팅을 했었듯이 고기를 좋아하는데,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신념,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내 아이였다.
이야기가 길어졌으니 "~주의자"라는 표현에 대해 논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룬다.
# by | 2021/06/26 13:06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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