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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를 위한 변명

며칠 사이에 채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바깥 양반과도 나누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만약 내가 채식인이라면 공유할 수 있는 요리가 많이 줄어들어서 안타까울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미러링(?)해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바깥 양반의 채식에 대한 단계를 나눠서 이야기했었다.

  1. 1단계는 본인은 채식을 하지만 배우자가 육식을 하는 것에 관대하고, 가정식에도 육식은 포함시키되 본인만 섭취하지 않는 경우
  2. 2단계는 본인이 채식을 하면서 배우자가 집에서는 육식을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경우 (혼자서 외식으로 육식을 먹는 경우는 괜찮음)
  3. 3단계는 본인이 채식을 하면서 배우자도 같은 수준의 채식을 요구하는 경우

이렇게 단계를 나눌 때에 바깥양반이 원한다면 2단계까지는 나도 괜찮다고 했다. 물론 육식을 좋아해서 나에게 그런 요구를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러다가 보니 채식인을 한국에서는 "채식주의자"라고 부르기에 뭔가 비장한 느낌도 들고 이념으로 취급되기 마련이다. 그김에 좀 더 확장해서 논의를 진행해보았다.

나는 물리학 전공자로서 유물론(!=공산주의와는 다르다)을 신봉하는 무신론자로 유신론/유일신 종교를 싫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바깥 양반이 3단계를 요구(본인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채식을 요구)하는 것과 나에게 유일신 종교를 믿으라고 하는 것을 비교해보니, 유일신 종교를 믿느니 차라리 3단계-전면적인 채식을 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한창 자라나야하는 성장기의 아이에게 까지 채식을 시키자고하는 것은 결사 반대라고 했다. 이를 비교하니, 아이에게 까지 채식을 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유일신 종교를 믿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결국 나래비를 세워보니 내 아이의 안녕 > 나의 유물론/무신론에 대한 신념 > "육식 따위" 라는 대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육식주의자 포스팅을 했었듯이 고기를 좋아하는데,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신념,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내 아이였다.

이야기가 길어졌으니 "~주의자"라는 표현에 대해 논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룬다.

by 질럿 | 2021/06/26 13:06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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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一期一會 at 2021/08/21 00:33

제목 : OO주의자라는 표현의 무거움
채식주의자를 위한 변명 지난 편에는 신념의 경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신념과 믿음 체계에 대한 '명칭'문제를 다루고 싶다. 물리학자로서의 유물론에 대한 신념(?)보다 내 아이의 건강에 대한 신념이 더 중요하다고 했었는데, 이러한 신념 혹은 믿음 체계를 일괄적으로 "OO주의"라고 번역하면, 논의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다. "채식주의자"라는 표현과 "채식인"이라는 표현을 비교해 보면, 채식인은 건강 혹은 종교/윤리관이 ......more

Commented at 2021/07/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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