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7월 13일
수학을 쓸데 없다는 주장을 하는 "문과" 교육학 전공자의 글에 부쳐
링크의 글은 고등학교의 수학(미적분학,벡터연산)이 일상생활에 필요 없으니 그만 가르치자는 의견이다.
글을 쓰신 분은 '교육학 전공자'이신데, 개별 교과 전공도 아니고 해서 상당히 추상적인 이야기만 하신다. 주장하시는 내용은 조금만 발전 시키면 '문과 전공자들이 철학을 가지고 이과들이 개발하는 기술과 알고리즘을 관리 감독해야한다'는 이른바 '문과 감독론'으로 이어질 것 같다.
실제 미적분학과 벡터연산 등은 상당히 많은 분과학문에서 사용된다는 모두가 바로 내밀만한 반론 이외에도 몇 가지를 추가해보고자 한다.
우선 미적분학과 벡터연산을 공부하는 것 자체가 두뇌를 단련하는 과정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요즘은 교통수단이 발달했지만, 우리는 일부러 달리기도 하고, 여러가지 유산소 운동도 한다. 글쓴이의 주장대로라면, 달리기도 무의미하다. 하지만 우리는 왜 달리기를 하는가, 바로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이다. 미적분학과 벡터연산도 몸(두뇌)을 단련하기 위한 좋은 방편이다. 물론, 교육학 전공자이신 글쓴이 입장에서는 이과 학문은 두뇌 단련에 도움 안된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중등교육(고등학교)은 대학에서의 심화학습을 위한 교양과정이다. 대학 1~2학년 때 배우는 교양과목과 연결되는 중등-교양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문과(교육학)를 전공하시는 글쓴이의 입장에서는 벡터연산이 심화학습에 관련이 없는 무의미한 학과이겠지만, 반대로 벡터연산을 많이 사용하는 물리학, 공학 전공자 입장에서는 글쓴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물론 인용된 글에는 명확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세계사, 윤리/철학이 일상생활에 쓰이지 않는 학과일 것이다.
물론 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학과 공부 말고 특별할동/학생회 활동 등이 중요하다는 의견인 것 같다. 하지만, 기억 나지 않는다고 해서 불필요한 과정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위에 수학 공부를 달리기에 비유했는데, 달리기 하는 과정은 루틴이고 이러한 루틴은 기억에 많이 남지 않지만, 단련된 '몸'은 남는다. 마찬가지로 수학 공부가 기억에 남지 않더라도 단련된 몸(두뇌)은 논리적 사고력 등으로 남기 마련이다.
단순히 수학을 줄이자라는 의견인지, 수학 뿐만 아니라 문과 과목도 같이 줄이자는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글쓴이의 논지 전개는 단순히 문과 중심적인 접근으로 수학은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말미에 존 듀이를 인용하고 있는데, 과연 존 듀이의 추상적인 인용구가 미적분학이나 벡터연산보다 더 중요할까?
*추가 - 페이스 북 댓글 중에 인용한 시사인의 글은 수학(미적분학,벡터연산)을 가르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에 가깝지 않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정리한 답은 아래와 같다.
일본의 유토리 교육에서 처럼 배수와 약수를 외우기 보다는 직접 벽돌을 쌓아가면서 익히게 하자는 수학 교수 방법도 있었지요. 이부분도 재미날 수는 있지만, 두뇌 단련으로서의 수학은 또 다른 접근방법(인용한 글에서 비판하는 문제풀이식)도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은 수학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나중에' 대학에서 배우는 심화학습을 위한 핵심 교양으로서의 의미도 있구요. 이 두 명제를 제시하기위해 제 포스팅을 올린 것입니다.
게다가 원글쓴이께서는 그렇다면 도대체 벡터/미적분학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대안은 없고 존 듀이를 인용하면서 현학적인 수사로 글을 마치고 있다는 점 또한 제가 비판하고 싶은 지점입니다.
수학을 제대로(?) 실생활에 활용하는 것을 배우자면 물리학을 공부해야할텐데요. 원글쓴이는 중등교육에서의 물리학 교과도 똑같이 비판하실 것 같더라고요.
# by | 2021/07/13 18:45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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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중세어 배워서 뭣에 쓴당가 뭣시를 중시허당가
그러고 보면 진짜 인문학 교육을 국내에서 하나? 그건 아닌 것 같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