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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주의자라는 표현의 무거움

채식주의자를 위한 변명

지난 편에는 신념의 경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신념과 믿음 체계에 대한 '명칭'문제를 다루고 싶다. 물리학자로서의 유물론에 대한 신념(?)보다 내 아이의 건강에 대한 신념이 더 중요하다고 했었는데, 이러한 신념 혹은 믿음 체계를 일괄적으로 "OO주의"라고 번역하면, 논의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다.

"채식주의자"라는 표현과 "채식인"이라는 표현을 비교해 보면, 채식인은 건강 혹은 종교/윤리관이 바탕이 되어서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이라는 뜻이 된다. 단순한 생활습관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라고 표현하면, 아무래도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을 죄악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더 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동물성 식품을 죄악시하는 채식인도 있겠지만, 모든 채식인이 주변사람들이 반드시 식물성 식품만 섭취해야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OO주의자"라는 표현은 해당 사안을 너무 무겁게 만든다.

비슷하게 "베이지안(Bayesian)"은 "사전(a priori)확률을 고려하여 조건부 확률을 계산(추정)하는 접근 방법"인데 어떤 한글 번역서에서는 베이지안 통계학자를 "베이즈주의자"라고 번역하면서 뭔가 뜻이 이상해졌다. 단순히 "사전확률을 고려해서 추정하는 통계학자"일 뿐인데 베이즈주의자라는 표현은 어떤 '이즘'을 설파하는 학자(혹은 집단)처럼 들린다. 좀 더 친근한 단어를 예로 들자면 "이기주의자" 역시 공산주의자나 민주주의자처럼 이념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적)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이기적 인간"이라고 풀어쓰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다시 채식인/채식주의자로 돌아가자면, 채식이라는 가치/행동양식을 주변사람들 나아가 전체 사회에 전파하려는 사람들(진정한 의미의 채식주의자들) 역시 "채식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듣는 사람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고, '이즘'을 더 쉽게 전파 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

by 질럿 | 2021/08/21 00:33 | 세상보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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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채널 2nd™ at 2021/08/22 00:33
'민주인'이라고 하는 것은 민주를 일상에서 녹여 내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민주 주의자'라고 하면, 무슨 이슬람처럼 총이라도 들고 옆 동네라도 쳐 들어가야 한다는 그런 어감이 있네요.

(절깐에서는 부처의 삶을 사는 사람은 '중'이라고 하고, 세속에서 그 흉내를 내는 사람을 '처사'라고 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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