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9월 17일
내가 애정하는 페미니즘 도서 - <계획 된 불평등 >
제가 타임라인에서 몇 번 언급한 "직업의 여성화"와 관련된 논의를 처음 배운 책 <계획된 불평등>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첨부된 사진은 1960년대 한국에서 컴퓨터 조작원으로 활동하신 분입니다.(출처)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도 나왔듯이 영국에서는 컴퓨터가 (미국보다 먼저) 발명되고 사용되었습니다. 예전의 컴퓨터는 OMR카드와 비슷한 천공카드(punch card)로 입력하는 등 수작업을 해야할 부분이 많았지요. 이를 담당한 것이 여성 조작원(operator)었습니다.
당연히 단순 기능공도 있었지만, 직접 프로그래밍을 했던 여성 조작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따라서 여성 조작원이 승진하여 관리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으며 급여 역시 '비혼 여성이 겨우 생활할만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특정 직군에 여성이 많이 배치되면서 해당 직군에 대한 처우를 열악하게 만들고 업무 자체가 '하찮은 일'로 취급당하는 것을 "여성화"라고 부릅니다.
여성화의 사례는 한국의 은행 창구직(여행원 제도)이나 사무보조직(팀 비서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잘 나옵니다)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요. 또, 일본의 경우에는 통번역 업무 전반을 여성이 처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통번역료도 낮게 책정되고 중요치 않은 일로 치부되는 여성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컴퓨터 조작원 직군을 여성화하였던 영국은 2차대전이후 50~60년대를 거치면서 컴퓨터 산업 발전을 위해서 직군을 "남성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에 보면, 선임 조작원(여성)들이 후임으로 들어온 '남성'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그 남성들이 승진해서 관리자가 되어 선임 조작원인 여성들을 밑에 두는 일화가 나옵니다. 이렇게 남성/여성을 차별하여 컴퓨터 직군을 운용함으로서 영국의 컴퓨터 산업은 시작은 미국보다 먼저였으나 1960년대 이후 주도권을 되찾지 못 하고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비슷한 사례로는 미국에서 교사직군의 여성화 사례가 있습니다. 초중등 교사직군은 전통적으로 고등교육을 이수한 여성이 갖을 수 있는 대표적인 화이트 칼라 직업입니다. 왜냐하면 법조계, 의학, 공학 쪽으로는 19세기~20세기 중반까지의 여성이 진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미국의 초중등 교사는 연봉에 비해서 훨씬 똑똑한 자원이 채웠고, 일종의 여성화가 일어났습니다. 이후, 똑똑한 여성들이 교직 이외의 직업을 갖게 되자, 이미 여성화 되어있던 교사 직군은 경쟁력을 잃어버렸고, 이는 미국 공교육의 붕괴의 원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특정 직업/직군의 여성화는 능력주의에 비하여 비효율적인 인력 활용을 강제하게 되고 전반적으로 사회 전체의 효용을 갉아 먹습니다. 성평등과 페미니즘에는 여러 갈래가 있다고 배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성평등(및 페미니즘)의 이유 중에 하나는 출생신분과 인종에 관계 없는 기회의 부여가 사회를 발전 시켰듯이 성별/성적 지향에 차별 두지 않는 기회의 부여가 사회를 발전 시킬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컴퓨터 조작원 직군과 영국 컴퓨터 산업의 역사를 다룬 책 <계획된 불평등>은 제가 추천할 수 있는 우수한 페미니즘 서적이라고 하겠습니다.
* 페미니즘의 정의 등에 대한 부분은 제가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분들께서 이의를 제기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관련하여 말씀하실때는 인문/사회과학에서 용어의 정의는 학파 나아가 학자(필자)마다 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셔서 자세히 풀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by | 2021/09/17 15:12 | 좋아하는 책(Booksto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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