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7월 21일
퀀트가 별건가? 치킨집 사장님도 퀀트! (1)
리스크 혹은 위험(Risk)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의하기에 앞서 우리가 좋아하는 치킨으로 리스크의 예를 들어봅시다. 모든 한국 사람들이 치킨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겠만, 저는 아직까지 주변에서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치킨을 싫어하는 한국인은 유니콘과 같은 상상속의 존재라고나 할까요. 2020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약 2만6천 곳으로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3만6천곳)과 비교 할만한 숫자입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맥도날드 회사 홈페이지)
이 책은 트레이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이니까 치킨 먹는 이야기보다는 치킨을 파는 치킨집 사장님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주식이나 원자재의 가격을 예측해서 사고파는 트레이더가 갑자기 치킨집 사장님에 빙의한다니까 황당해하실 분들도 있을텐데요. 주식 매매는 상당히 정형화 되었을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치킨을 사고 파는 것과 동일합니다. 치킨집 사장님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치킨을 많이 파는 것입니다. 조금 더 명확히 표현하자면 치킨을 팔아서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치킨을 팔아서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흔히들 거래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buy low, sell high)”고 합니다만,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원재료 매입가와 치킨 소비자 가격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라 ‘더 싸게 사온다’거나 ‘더 비싸게 판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치킨집 사장님들로서는 너무 많이 치킨 재료를 준비해서 계육이 남아서 버리는 일이 없고, 월드컵 축구 경기 중계가 있어서 치킨 배달 주문이 폭주하는 날에 계육이 부족해서 손님들에게 치킨을 없어서 못 파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 그러면 치킨을 많이 팔아서 이익을 남기려면 치킨집 사장님으로서는 치킨 주문이 많을 때는 재료를 미리 많이 확보해서 기껏 오신 손님을 돌려보내는 일이 없게하고, 손님이 없어 공치는 날에는 재료를 적게 준비해서 쓸데 없이 계육을 폐기하는 일이 없어야하겠네요. 다시 말해, 치킨집 사장님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치킨 주문에 대한 예측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예측을 하지요?
2015년 대한민국 통계청에서 주최한 <생활속 통계수기 공모전> 최우수상을 차지한 <통계로 튀기는 치킨>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우수상 수상자인 허성일님은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했고, 2013년 부모님이 치킨집을 차리실 때부터 여러가지로 치킨 장사를 도왔다고 합니다. 우선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치킨 수요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했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치킨 수요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하여 재료 준비를 이에 맞춤으로서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수기에 따르면 다음 달의 재료(계육) 소비량을 추산할 때에는 처음에는 주먹구구식으로 전 달에 판매한 치킨 숫자를 보고 비슷한 숫자를 썼지만 6개월 정도 통계분석을 하고 나니까 3가지 요인이 치킨 소비량을 좌우한다는 것을 깨닳았다고 합니다. 이 3가지 마법 키워드는 바로:
계절, 날씨, 이벤트 입니다.
여름에는 겨울보다 치킨 소비가 많고, 주말과 명절 때도 많아집니다. 비가 오면 외식하기 귀찮아져서인지 치킨 배달 주문이 많아지고요, 또 위에 썼듯이 월드컵 축구 경기 중계와 같은 스포츠 이벤트가 있어도 치킨 배달 주문이 폭주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치킨 주문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밝혀내고 나면 간단한 공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스포츠 이벤트가 없는 평일 겨울 날의 치킨 판매량을 기본값으로해서 100마리라고 하고 치킨 주문이 늘어나는 요인이 있으면 배수를 곱해줍니다. 여름에는 1.8를 곱해서 치킨 주문량이 180마리가 되겠네요. 마찬가지로 비가 오면 1.4을 곱해서 140마리, 주말에는 1.7을 곱하면 170마리가 됩니다. 비가오는 여름날에는 1.8과 1.4를 동시에 곱해서 치킨 252마리가 팔릴 것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이벤트의 경우 치킨집 근처 잠실야구장에서 야구 경기가 있으면 1.2를 곱해주고요.
간단해 보이는 예측 공식이지만 수기에 따르면 놀랍게도 치킨 수요를 잘 예측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통계적으로 미래의 ‘시장 상황’(여기서는 치킨 소비량이 되겠지요)을 예측하여 트레이딩하는 것을 퀀트 트레이딩이라고 합니다.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치킨집 사장님이 계절, 날씨, 주말, 이벤트를 고려해서 치킨을 미리 많이 혹은 적게 준비한다면, 치킨집 사장님도 퀀트 트레이더인 것입니다.
# by | 2022/07/21 01:33 | 생활의 발견 - 전략기획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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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퀀트가 별건가? 치킨집 사장님도 퀀트! (2)
퀀트가 별건가? 치킨집 사장님도 퀀트! (1) 자, 이제 퀀트 트레이더로서의 치킨집 사장님을 소개했으니까 치킨집 사장님이 당면하고 있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리스크를 어떻게 회피(헤지)하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리스크에 대한 수학적 그리고 재무적(finance) 정의는 이 책 전반에서 다룰 내용입니다만, 우선은 치킨집 사장님의 리스크를 간단하게 ‘팔려고 준비한 치킨을 못 팔고 폐기해서 입는 손실 혹은 치킨 주문이 들어왔는데 재료 부족 등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