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1월 07일
육아기 20221231
#겨울나라에서_여름나라로
#한글나라에서_영어나라로
11월에 한국에 아이를 먼저 보내면서 한국 가면 할아버지할머니들과 한국어해야하니까 거기선 아빠엄마도 한국말 많이 할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language switch'가 있어서 한국가면 한국어로 바꿀거라고 했더니 어디있냐고 자기가 다시 바꾸겠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엄마꺼 잘 못 누르면 중국어로 바뀌니까 그냥 있으라고 해줬다.

(첫번째 짤은 영화 <토이스토리3>에서 버즈를 리셋하다가 실수로 영어대신 스페인어 버즈로 바꾸는 짤)
여튼 그 덕분인지 아이가 한국에 가서는 한국어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중간에 '고액' 한글 과외 수업도 받아서 한글도 조금은 떠듬떠듬 읽을 수 있게되고 여튼 한 달 어학 연수한 보람이 있었다. 한달쯤 지나서 어제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돌아오니까 자기는 다시 영어 스위치를 켜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창이 공항에 착륙하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제 아빠도 영어 스위치를 켜서 영어로 이야기하라고 한다. 그간 한국에서 한국어를 열심히 쓴데에 기특해서 공항에서 집까지 가는 길에는 영어로 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오늘은 아침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서는 중고 영어책을 사러 갔다. <David Williams> 시리즈인데 집에 몇 권 있지만 전권을 파는 거라 한 꺼번에 사기로 했다. 파는 분이 덤으로 영어사전도 주셨는데 아이가 사전을 보더니 글씨가 작고 촘촘하게 써있어서 못 읽겠다고 한다. 다 읽을 필요는 없고 모르는 단어만 찾아보는 거라고 하니까 자기 이름을 찾겠다면서 J에서 JY를 찾는데 당연히 없다. 알파벳 순서에 대한 감이 없으니까 JY항이 빨리 안 나온다고 성화다. 결국 'young'을 찾아서는 뜻을 "a young person, animal, or plant that has not lived or existed for long and is not yet mature"라고 소리내어 읽더니 자기 이름의 절반은 영어 사전에 올라있다고 좋아한다. 그러면서 뜻도 정확하다고, 근데 시간이 지나면 저 뜻이 틀리다고...
(JooYOUNG is no longer young after a while...)
책을 사고서 집에 오는길에는 오늘 밤은 연도가 바뀌니까 자정까지 깨어있겠다고 한다. 12시가 되면 이제 토끼해가 된단다. 그래서 내가 한글로 '토끼'를 쓸 수 있어야지 않겠냐고 했더니 중국어로 兎를 쓰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한다. 학교에서는 한국어보다는 중국어를 쓴다면서.

(두번째 짤은 내가 만든 한글 쓰기 연습. 영어 설명에 오타가 있다. 내가 시킬때 안하던 것을 사촌 언니랑은 좀 했다)
이렇게 학교에서는 영어와 중국어만 다보니까 한국어를 가르치기가 어렵다. (내가 대는 핑계지만) 미국이었으면 영어만 하면 되니까 한국어 열심히하라고 시킬텐데 여기서는 중국어까지 하다보니까 한국어 공부하라고 압박하기가 미안해진다.
그래서 얼마전에는 '너 자꾸 한글 열심히 안하면 아만다한테 배우게 한다!'라고 했었다. 아만다는 싱가포르인으로 아이 영어 과외하는 선생님인데 경찰서에서 한국어-영어 통역을 해줄 정도로 한국어를 잘 한다.
아이는 아직 한국인이 싱가포르인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있어서 저 말을 듣고도 그냥 넘어가는데, 나중이 되면 자존심때문에라도 열심히 하려나 모르겠다. 그나마 요즘은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이 있어서 교포들이 자녀들에게 한국어/한글 공부 시키기 그나마 수월한 편이니 윗세대들은 어땠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안 그래도 오늘도 같이 블랙핑크 노래 듣기도 했고...

그런의미에서 마지막 짤은 블랙핑크 리사,
한국인(내 아이)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타이(리사)
# by | 2023/01/07 13:05 | 유학기, 이민기, 그리고 육아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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